땅집고

사람 대신 '유골함' 입주시킨 미분양 아파트의 최후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4.04 06:00

[땅집고] 중국 톈진에 있는 납골당 아파트. /중국 소후망


[땅집고] 최근 중국 당국이 아파트에 유골을 보관해 납골당처럼 쓰는 신(新) 풍습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외곽지역 미분양아파트를 ‘납골집’으로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중개업자를 단속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례관리조례’를 올해 3월 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이 성묘를 겸해 봄 나들이를 나가는 4월 5일 청명절을 앞두고 이 같은 조례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선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 아파트를 마치 납골당처럼 쓰는 행태가 이어져왔다. 이른바 ‘납골집’(骨灰房). 중국 연간 사망자 수가 2015년 980만명에서 지난해 113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묘지 수요가 따라서 불어났지만, 도심 지역에선 더 이상 묘지를 조성할 부지를 찾기 어려워진 탓이다.

도심 묘지 가격이 비싼 것도 영향을 줬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지역에선 묘지 한 기당 가격이 10만위안(약 2200만원)에서 비싸면 수백만위안(수백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땅값이 비싼 대도시를 피해 교외로 장례 수요가 이동한 가운데, 버려진 빈 아파트나 미분양 단지를 유골 보관 장소로 쓰는 방안이 나오면서 저렴한 납골집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중국에선 주택 사용권이 70년으로 긴 반면 묘지는 20년 임대만 가능한 점도 납골집이 횡행하는 데 기름을 부었다고 보고 있다. 묘지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장해야 하는데, 이런 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납골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유족 입장에선 더 편리했다는 해석이다.

[땅집고] 납골아파트 내부 주택마다 출입문에 'OO씨 사당'이라는 푯말이 붙어있고 붉은 꽃 장식이 달려있다. /중국 소후망


실제로 몇년 전 중국의 이 같은 납골집 풍습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외관은 일반 아파트와 똑같은데 산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던 것.

대표적인 곳이 중국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톈진(天津) 소재 납골집이다. 각 층마다 25가구를 배치한 총 16개동 규모 단지인데, 모든 유리창을 검게 칠해 햇빛을 차단하고 전체 부지를 납골당처럼 쓰고 있다. 내부에 들어가면 통상 아파트 호수를 적어둔 현관문마다 ‘OO씨 사당’이라는 팻말과 함께 큼지막한 붉은 꽃 장식도 함께 붙여뒀다.

중국 언론 소후망은 2020년 기준 이런 납골집에 안치된 유골함만 10만개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수요가 늘면서 초기에는 1㎡당 3000위안이었던 납골당 가격이 7000위안으로 두 배 넘게 뛰기도 했다. 독특한 점은 일반 아파트라면 조망이 좋은 고층 주택 가격이 더 비싸고, 저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납골집은 정 반대인 것. 지하실이 가장 비싸며 꼭대기층으로 갈수록 가격이 낮아진다. 풍수지리상 망자를 대지와 가까운 곳에 안치할수록 편안한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중국인의 믿음이 작용한 결과다.

앞으로는 새 규제로 납골집을 찾는 새 풍습이 멈춰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납골집을 막는 대신 수목장이나 해양장 등 친환경 ‘생태 안장’은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더불어 과도한 장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 요금 기준을 마련하고, 부당한 추가 요금 징수를 차단하는 방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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