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넘긴 땅에 73층 주상복합 계획?
원래 실버타운이었으나 수익성 문제로 선회
주민들 재산권·학습권 침해에 갈등 터져
[땅집고] “일조권·조망권 침해,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용도변경 절대 반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마지막 남은 알짜 땅 개발 계획을 두고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터졌다. 이 땅에 실버타운을 짓기로 했던 사업자가 돌연 총 880여가구 규모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방향으로 계획을 선회하면서다.
초고층 단지가 들어서면 인근에 1990년대 입주한 최고 15층 높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조망·일조권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주상복합 세대가 한꺼번에 유입되면 지역 초등학교 학생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밀학급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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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갤러리아 무산된 땅, 시행사가 73층 실버타운 건립 계획
문제의 부지는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406-7번지 일대 약 1만8468㎡ 규모다. 부산시에서 최고 70층대 초고층 아파트가 몰려 있는 이른바 ‘마린시티’에 20년째 남아있는 마지막 공터라 앞으로 이 곳이 어떻게 개발될지에 대한 지역 주민들 관심이 뜨거웠다.
이 땅은 1988년 수영만 매립사업으로 생겨나 2007년 마린시티란 이름으로 묶인 곳이다. 초기에는 한화그룹 소유였다. 한화그룹은 부지에 지하 5층~지상 8층 규모 갤러리아 백화점 건립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4년 부산시로부터 실제 신축 계획에 대한 조건부 승인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2016년 부산지역 시행사인 비에스디앤씨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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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비에스디앤씨는 마린시티 부지 용도를 변경해 초고층 주거시설을 개발하려고 수차례 시도했다. 당초 수영만주거단위계획상 상업지역 제 1종 구역이라 공동주택을 포함한 주거시설 개발이 불가능해 부산시 측 변경 승인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인근 주민들 반대를 인식한 부산시가 용도 변경 신청을 불허하면서 실패했다.
결국 비에스디앤씨는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유망한 상품으로 꼽히는 실버주택을 건설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실제로 2024년 부산시로부터 ‘마린시티 복합시설 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하 5층~최고 73층, 2개동, 총 998실 규모 노인복지주택과 함께 판매시설(지하 2층~지상 5층), 근린생활시설(지하 2층~지상 4층), 의료시설(지하 1~2층·지상 5~6층)을 2030년까지 짓는 내용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시공은 대형건설사인 롯데건설이 맡기로 했다.
20년간 빈 땅으로 방치돼있던 마린시티 부지에 73층 높이 실버타운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 반발이 시작됐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부지와 맞붙어있는 불과 15층 높이 ‘대우마리나1·2차’ 주민 총 1164세대가 일조권과 조망권이 침해 당할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
◇초고층 대단지 주상복합으로 변경 시도…재산권 침해 본격화 우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비에스디앤씨가 돌연 개발 계획 변경에 나섰다. 지난 2월 부산시에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방향으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신청하면서다. 현행법상 분양이 불가능한 실버주택을 짓는 것보다는 초고층 주상복합을 지어 분양수익을 올리는 것이 사업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로 풀이된다. 신청서상 단지 규모는 총 882가구며, 현재 해운대구가 유관 기관과 지구단위계획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남쪽으로 맞붙어있는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2011년·1788가구) 중 주력 주택형인 전용 127㎡(56평)가 지난해 12월 17억6000만원, 인근 ‘현대 베네시티’(2005년·390가구)가 올해 3월 17억6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아직 건축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시세를 고려한 단순 계산으로 비에스디앤씨가 이 곳에 실제로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경우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지역 주민들은 주상복합아파트 건축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부산시가 비에스디앤씨의 지구단위계획변경 요청을 이미 거절해왔는데도 또 다시 변경 시도에 나서는 것은 개발 이익만을 고려한 행위라는 것. 일부 주민들은 “도시계획 원칙을 흔드는 특혜 시도로 용도변경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제2의 엘시티 특혜 사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는 건립 과정에서 특혜성 용도변경과 인허가 비리로 관련 공무원과 정치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인근 단지 일조권·조망권을 비롯한 재산권 침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주민들은 ‘햇빛사수 주민연대’라는 단체를 발족해 현수막을 제작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녀 학습권 침해도 주민들 걱정 중 하나다. 위치상 이 주상복합 배정 초등학교가 부지 바로 서쪽 20m 거리에 있는 해원초로 예상되는데, 이미 학급 과밀상태로 새로 882가구 자녀들이 유입되는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최소 3~4년 이상 걸리는 초고층 주상복합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분진 피해를 비롯해 교통 혼잡 등 불이익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최명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회 의원은 지난 2월 9일 열린 제 291회 임시회에서 “공적 행정 절차를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전형적인 특혜성 행태”라며 “이를 수용할 경우 향후 민간 시행사들에게 ‘선(先) 허가, 후(後) 용도변경’이라는 악의적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시행사와 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자 부산시는 올해 ‘갈등관리 대상사업’에 마린시티 복합시설 개발사업을 포함시켜 중재에 나섰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지구단위계획 변경 제안이 타당한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역시 “시행사가 인허가 기관과 인허가 가능을 타진 중”이라며 “시공 참여가 확정되지는 않아 자세한 진행 사항은 답변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