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90% 급등…PVC·접착제 등 자재값 줄인상
계약 후 추가금 요구…인테리어 수요자 직격탄
[땅집고] “구축 아파트를 매수해 여름 입주 전 리모델링을 계획했는데 자잿값이 폭등한다니 당황스럽습니다. 몇 군데 업체와 상담한 결과 계약 이후 단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오를지 감이 안 잡힙니다. 주택담보대출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하면 신용대출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입니다.” (40대 매수자 A씨)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이후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테리어 비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합성수지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실리콘, 접착제, PVC 등 주요 자재 가격과 수급이 동시에 흔들리는 양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가격은 최근 한 달간 90%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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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업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체들은 대리점에 납기 지연 가능성을 공지하고 사전 주문을 요청하고 있다. LX하우시스는 “PVC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4~5월 납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이 현실화됐다.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공업은 지난 23일부터 제품 가격을 20~55% 올렸고, KCC도 공급가를 최대 40% 인상했다. PVC, 페인트, 접착제 등 나프타 기반 자재 전반에서 줄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 단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도매상들이 사재기 형식으로 사들인 뒤 재고를 풀지 않고 물량을 보류하면서 가격 상승 기대가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영세 업체나 개인 시공 수요자는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자재를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단열재나 본드 같은 자재는 이미 품절 사태가 빚어져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직격탄은 리모델링 수요자에게 향하고 있다. 공사는 통상 계약 당시 견적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재 가격이 급등해도 추가 비용 반영이 쉽지 않다. 이 경우 업체가 손실을 떠안거나 공사가 지연되는 구조가 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체상금까지 부담하게 되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으로 계약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신규 계약서에 ‘착공 시점 기준 단가 재조정’ 조항을 포함시키며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외부 변수로 인한 가격 상승 시 계약 변경이나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불신도 커지는 분위기다. 일부 수요자는 “실제 수급 문제보다 가격 인상 기대가 먼저 반영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서울에서 입주를 앞둔 한 소비자는 “전쟁 이후 갑자기 가격이 오르니 계약을 서두르게 만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현 상황을 ‘이중 리스크’로 보고 있다. 소비자는 추가 비용 요구나 자재 품질 저하 위험에, 업체는 공사를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한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업체에서는 착수금을 높게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수요자는 이를 사실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공사 중단이나 계약 해지, 업체 폐업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자재 가격 급등은 향후 직접적인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지난 26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 ‘힐스테이트 메디알레’에 공문을 보내 공사비 인상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와 환율 상승, 운송비 증가,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자재 협력사들이 4월부터 페인트, 창호, 몰딩, 단열재, 도배지 등 주요 자재 가격을 10~40% 인상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건설은 “전쟁 장기화로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공사 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