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조리원비를 미리 전액 결제하면 10% 할인해준다고 해서 바로 계좌이체했는데, 갑자기 폐업하다니 너무 당황스럽고…”
최근 출산 앞둔 수도권 산모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퍼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른 업체에 비해 산모들이 지내는 객실이 넓은 편이라 인기였던 경기 성남시 ‘드이자르 산후조리원’이 이달 돌연 폐업한 것. 운영을 맡은 대표가 폐업과 관련한 별다른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던 데다, 이달 초까지도 할인을 내세우며 전액 현금 결제를 유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사기 행각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산모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산후조리원이 돈 들고 폐업하고 날랐다”면서 “출산 일주일 남겨두고 날짜 알려주려고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되길래 바쁜가 하고 있다가, 검색해보니 여러 (피해 사례) 글들이 올라와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 통의 문자도 받지 못하고 계약금만 날려 지금 멘붕 상태다, 무책임하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실웃음만 나온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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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산후조리원은 경기 성남시 수진동에 있는 ‘드이자르 산후조리원’. 지하철 수인분당선 태평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걸리는 초역세권 입지인데다 대로변 건물 3~5층에 입점해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 강모씨가 ‘드이자르’ 브랜드로 2016년 성남본점을 열고 이듬해 세종점까지 차려 산모들을 끌어모았던 업체라 제법 유명하고 인기 있던 업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운영해오던 이 산후조리원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출산을 앞두고 예약했던 임산부들이 발칵 뒤집혔다. 산후조리원 특성상 이용 대금을 납부할 때 카드 대신 현금을 내고 할인을 받은 예약자들이 많은데, 갑자기 대표가 잠적하는 바람에 돈을 날릴 위기에 처한 데다 당장 대체 조리원을 구할 시간도 부족한 것. 현재 피해 사실을 알리고 있는 대부분 예비 산모가 폐업과 관련한 어떠한 고지도 받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산지역에 거주한다고 밝힌 임산부 A씨는 지난 14일 한 출산 준비 커뮤니티에 “어제 어떤 분이 (성남 드이자르 산후조리원이) 문 닫았다고 글 올려주신 것을 오늘 확인해서 너무 놀라 바로 달려갔는데, 진짜 문 닫았다”면서 “2층에 계신 분께 물어보니 이미 짐 다 빼고 정리 끝났다고 한다, 이번달 초에 전액 미리 결제하면 10% 할인해준다고 해서 계좌이채로 조리원비 다 입금했는데 너무 황당하고 머리만 아프다”는 글을 남겼다.
이 커뮤니티에 초산이라고 밝힌 B씨 역시 지난 13일 “선택 제왕이라 2주 뒤 출산 예정인데 조리원 무료 산전 마사지 예약 변경으로 관리사님께 문자드렸다가 (운영을 중단한다는) 답변이 왔다”면서 “산후조리원은 전화를 아무리 해도 안받고 대표도 연락이 안된다, 다른 산후조리원도 연락 돌렸는데 인원이 다 찼고 대기까지도 다 찬 상황이라고 한다”고 했다.
당장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드이자르 산후조리원’ 대표는 문자메세지를 통해 “산모님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경영 악화와 임대인들의 의견 불일치로 부득이하게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면서 “인근 조리원과 협의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도 대표 명의로 비슷한 내용의 안내문이 올라와있다.
대표는 ‘갑작스러운 폐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임산부들은 사실상 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보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아무리 운영이 어렵더라도 하루 아침에 산후조리원이 문을 닫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 해당 건물 엘리베이터에 ‘계약 만료로 올해 2월 28일까지 비워줘야 한다’는 등 퇴거 요청문까지 붙어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강모 대표가 계약자들에게 폐업 예정이란 사정을 알리고 대처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
더군다나 대표가 산후조리원 문을 닫기 직전인 이달 초까지도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해주겠다’면서 계약을 유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에 불이 붙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용료는 ▲6박 7일 기준 230만원 ▲9박10일 280만원 ▲2주 37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전액 결제로 수백만원을 지불했는데도 몸 조리할 곳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예비 산모들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잡코리아에 등록된 기업 정보에 따르면 ‘드이자르 산후조리원’ 성남본점 실적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19억4000만원이었지만 매년 하락하면서 2023년 말 기준 12억4000만원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88만원에서 5844만원으로 줄었다.
예비 산모 A씨는 “대표와 전화했는데 돈이 생기는 대로 계속 산모들에게 입금 중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문자 보내면 답장이 잘 오는 것도 아니고,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보내주겠다는 말만 반복해서 이건 아니다 싶어 경찰에 고소장 접수하고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예약금을 받아놓고 다른 곳에 사용하고 나서 돈이 없으니 기다려달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고 사기였는데 바보같다”고 호소했다.
한편 2024년에도 서울 강서구 마곡동 ‘드팜므’ 산후조리원이 갑작스럽게 폐업한 뒤 고객들에게 남은 금액을 환불해주지 않은 혐의로 경찰이 입건 조사를 진행했던 사건이 있다. 당시 사단법인 한국산후조리원협회 측은 회원사들에게 “계약시 이용요금 완납을 요구하는 행위를 절대 삼가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완납 계약시 추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하며 표준 약관에 따른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는 긴급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예비 산모들 사이에선 ‘드이자르’ 성남본점에 같은 브랜드를 쓰는 2호점인 세종점 운영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더군다나 같은 대표가 경기 광명시에 R산후조리원까지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쇄 폐업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드이자르 세종점’ 관계자는 “현재 서울권 대표는 주식 양도 및 직위를 넘긴 상태이고, 세종점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땅집고는 ‘드이자르 산후조리원’ 성남본점 강모 대표에게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