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2년도 안된 동탄 신축 GH 행복주택
횡주관 시공 하자로 저층 싱크대 역류
시공사 극동건설 미온적 대처에 피해자 분노
[땅집고] “GH 믿고 행복주택 입주했는데 너무 억울합니다. 싱크대에서 오물이 역류해 집이 엉망이 됐는데, 보상 협의는 건설사랑 알아서 하라는 식이고... ”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화성 동탄신도시에 공급한 ‘동탄2신동포레’ 행복주택. 지하 2층~지상 20층에 총 1500가구 규모로 공기업이 대학생·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중 규모가 제법 크다. 2024년 6월 입주한 신축이면서, 수도권 남부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도시인 동탄 입지라 경기권 주거취약자들 관심을 모았던 단지다.
시공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55위 건설사인 극동건설이 맡았다. 대학생이 거주하는 전용 26㎡의 경우 보증금 3638만원에 월세 16만원, 소득 있는 청년에게 공급한 전용 36㎡ 주택은 보증금 4896만원에 월세 21만원 수준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부실시공으로 오물·오수 역류
그런데 준공 2년도 채 안된 시점에 이 행복주택에서 부실 시공으로 인한 대형 역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 연휴 직전인 올해 2월 15일 저층 입주자 A씨의 집 싱크대에서 솟아오른 오물·오수가 주택 전체를 뒤덮으면서 침수 피해를 입은 것.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싱크대부터 시작된 역류물이 거실, 침실, 신발장까지 황갈색 액체와 찌꺼기가 퍼져있는 데다 악취가 풍겨 더 이상 주거하기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GH측은 사고 즉시 A씨에게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를 임시 거처로 제공하고, 이후 주택형이 같은 다른 호실로 이사하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A씨는 이번 역류 사고 과정에서 행복주택 공급주체인 GH를 비롯해 시공사인 극동건설의 대처가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역류 사고로 가전과 가구, 생필품이 전부 파손되는 재산상 손실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피해도 입었지만 공급주체들이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피해자를 한계로 몰아넣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동탄2신동포레’ 문제 주택에선 싱크대 역류 전조 증상이 포착됐다. 싱크대 하부장에서 강한 공기압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바람소리가 들리고, 배수구 내부 부품이 뒤집히거나 튀어나오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것. 실제로 1월 13일 싱크대에서 각종 오물이 역류했다. A씨는 바로 다음날 단지 관리사무소와 극동건설 측에 민원을 접수해,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발주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후속 대처를 기다렸다. 하지만 2월 15일 더 막대한 양의 오물과 오수가 역류하면서 A씨 집이 현재 상황처럼 엉망이 된 것이다.
◇ 하자 수리 늦어지는 바람에 2차 피해
관리사무소 측이 조사에 나선 결과 저층인 A씨 주택과 가까운 위치에 연결된 ‘횡주관’을 막고 있던 시멘트 덩어리가 문제를 일으킨 원인으로 파악됐다. 횡주관이란 아파트·상가·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모든 가구가 같이 사용하는 공동 배관을 말한다. 시멘트가 이 공용관에 끼어있다 보니 정상적으로 배출되어야 할 다른 입주민들의 생활 배출 오물·오수가 쌓이면서 부패했고, 이 압력 때문에 폭발하듯이 A씨 집에 쏟아져나오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시공상 오류로 발생하는 일이다.
이번 역류 사고로 A씨는 오물 속에 본인 소유의 가전·가구와 옷가지, 각종 생활용품을 방치해둔 채 텅 빈 임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A씨는 “공공기관인 GH를 믿고 입주했는데, 거처만 옮겨주면 끝이라는 식의 태도는 책임 회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동건설 역시 시공상 과실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보상 협의를 차일피일 미루며 사회초년생인 피해자가 지쳐 포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담당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 보상금으로 최고 1000만원까지 불렀다가, 내부 사정으로 전액 배상이 어렵다며 최종 450만원까지만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실제로 극동건설이 제시한 보상금 산정 목록에 따르면 A씨가 보상을 요청한 피해 품목 중 ▲거실 침대(70만원) ▲거실 에어컨(95만원) ▲거실 이동식 스마트 TV(31만1000원) ▲안방 침대(41만4000원) ▲화장대(34만5000원) 등 대부분 가전·가구에 대해 ‘시가 적용’이라는 명목으로 보상금이 구입가의 약 60% 수준으로만 책정됐다. 총 피해 금액은 961만원 수준이나, 실제 보상은 감가상각에 따라 450만원까지만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 입주초기부터 누수·배수 문제 발생하기도
이번 사건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극동건설 측 시공 하자가 명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동탄2신동포레’는 입주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24년 7월 누수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집중 호우가 내렸는데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쏟아졌던 것. 주차장에 설치한 우수관 이음새에서 문제가 발생한 탓으로 파악됐다. 내부에선 일부 가구 중 화장실·세탁실에서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GH 측은 ‘동탄2신동포레’가 행복주택이긴 하지만 민간참여 방식으로 공급한 단지라 준공 후 하자 관리 책임은 전적으로 극동건설에 있다고 설명했다. GH는 토지를 공급하고, 극동건설은 설계·시공 후 주택 관리 전반을 도맡는 구조라서다. 다만 GH는 공동시행자로서 극동건설과 피해 입주민 간 중재에 힘쓰고 있으며, 추후 필요한 경우 전문 손해사정인을 고용해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집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GH 관계자는 “행복주택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의 피해보상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라고 했다.
땅집고는 극동건설 담당자에 연락했으나 입장을 듣지 못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