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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저주에 빠진 청라·송도 랜드마크…20년째 방치된 전말

뉴스 추진영 기자
입력 2026.03.21 06:00

20년째 ‘첫 삽’도 못 뜬 초고층 랜드마크
공사비 폭등·소송전…사업 표류 장기화
기대감에 투자했다가…상권·주민 피해 확산

[땅집고]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호수공원 내 청라시티타워 건립 부지. /강태민 기자


[땅집고]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중심, 호수 한가운데 자리 잡은 부지가 있다. 이곳에는 한때 국내 두 번째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텅 빈 채, 20년 가까이 방치된 상태다.

◇ “448m 초고층 계획”…청라시티타워, 왜 멈췄나

청라호수공원 중심 약 3만3000㎡ 부지에는 지하 2층~지상 30층, 높이 448m 규모의 초고층 전망대로 구성된 ‘청라시티타워’가 계획돼 있었다.
448m의 높이는 일반 건축물 100층 이상의 높이. 완공 시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높이 건물이 될 예정이었다. 초고층 전망대가 계획된 것은 청라주민들의 아파트 분양 대금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청라의 랜드마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업은 2006년 시작됐다. 당초 2009년 착공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고, 이후 수년간 표류했다. 2016년에서야 민간 사업시행자로 SPC ‘청라시티타워’가 선정됐고,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업 협약을 체결하며 사업이 재개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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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인천 서구 청라시티타워 조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업이 멈춘 핵심 원인은 공사비 급등이다. 당초 3032억원이던 사업비는 설계 변경과 안전성 보강 과정에서 5600억원대로 증가했다. 약 15년 사이 25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이 비용을 두고 사업자 SPC ‘청라시티타워’와 LH 간 갈등이 이어졌다. 사업자 측은 “기본 설계 오류로 공사비가 증가했다”고 주장한 반면, LH는 “우선 시공사 선정 후 공사를 진행한 뒤 비용 책임을 따지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2023년 LH는 사업자가 추가 사업비 분담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업자 SPC ‘청라시티타워’는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1심 재판부는 LH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업협약 해제 사유가 충분하지 않고, 해제 통보 역시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사업 정상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공사 재선정 및 사업 재개 계획은 사실상 기약 없이 미뤄졌고, 2027년 하반기 착공·2029년 완공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사업 지연의 여파는 주변 상권으로 번졌다. 청라 일대 상가들은 시티타워 개발 기대감으로 분양과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장기간 사업이 멈추면서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 A씨는 “수변 상가 대부분이 시티타워 기대감으로 분양된 것”이라며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지금처럼 공실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송도도 ‘제자리’…19년째 멈춘 인천타워

비슷한 상황은 송도국제도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송도 6·8공구 부지는 당초 151층 초고층 ‘인천타워’ 건립이 추진됐던 곳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자금 조달 실패, 시행사 변경 등이 겹치며 19년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땅집고] 송도국제도시 6·8공구 개발사업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 사업은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재추진되며, 103층 규모 랜드마크타워로 축소된 상태다. 그러나 현재는 비행 안전성 검증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의 거리 문제로 항공 안전 검증이 진행 중이며, 결과는 올해 중반 나올 예정이다. 특히 향후 제5활주로가 가동될 경우 송도와의 거리가 약 10km 수준에 불과해 층수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총사업비만 7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 우려도 크다.


◇ 랜드마크 집착이 부른 장기 표류

청라와 송도 모두 초고층 랜드마크를 목표로 출발했지만, 현실적인 사업성·비용·행정 리스크를 넘지 못하며 장기 표류하고 있다. 초고층으로 건축하면 공사비가 막대하게 늘어나지만 공사비를 뽑을 정도의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초고층의 저주’의 저주라고도 한다.

업계에서는 “상징성에 치우친 초고층 개발이 반복적으로 좌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고층이라는 ‘꿈’만 남긴 채, 도심 한복판 핵심 부지가 수년째 방치되는 상황. 랜드마크 경쟁이 남긴 후유증이 도시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chujinze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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