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앞두고 거래 중단 위기…소유권 이전 불투명
전문가 “사기 여부 검토…자금 회수 전략 먼저”
[땅집고]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매도인의 채무 문제로 가압류가 설정되면서 거래가 중단될 위기에 놓인 사례가 발생했다.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5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한 매수인은 잔금을 앞두고 자금 회수 여부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본인이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A씨는 이달 15일 온라인 부동산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분당 아파트 매매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시세보다 조금 저렴한 융자가 끼어 있는 아파트를 매수하려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계약 이후 매도인의 채무 문제로 가압류가 설정돼 향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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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올해 1월 30일 분당 일대의 한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대금은 총 15억2000만원이다. 계약 당시 계약금으로 2억2800만원을 지급했고, 이후 2월 19일 중도금 3억400만원을 추가로 냈다. 현재까지 매도인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5억3200만원이다. 잔금일은 오는 4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문제는 계약 이후 발생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부동산에는 은행 근저당이 1순위 약 5억원, 2순위 약 2억3000만원 설정돼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26일 매도인의 채무 문제로 5억원 규모의 가압류가 추가로 설정됐다.
가압류 채권자는 매도인이 과거 임원으로 재직했던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인은 해당 채권자와 소송이 진행 중이며 협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가압류 채무를 해결할 자금이 없어 잔금일까지 가압류 해소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매도인이 보유한 다른 상가에도 가압류가 설정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구조상 잔금으로 모든 채무를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A씨가 지급해야 할 잔금은 약 9억원이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먼저 상환해야 하는 채무는 은행 근저당 1순위 5억원과 2순위 2억3000만원 등 총 7억3000만원이다.
이를 모두 상환하고 나면 남는 금액은 약 1억7000만원 수준이다. 현재 설정된 가압류 금액이 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잔금만으로 가압류를 해소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잔금일까지 가압류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소유권 이전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계약이 파기되거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5억3000만원 넘게 지급한 상태인데 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불안하다”며 “잔금일이 다가오는데 상황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자금 회수가 가장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는 “현재 상황에서는 부동산 취득보다 이미 지급한 자금 회수가 우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중도금 지급 이후 약 일주일 뒤 추가 가압류가 설정됐고 해당 채권이 이미 소송 중이었다면 매도인 역시 가압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형사 고소 등을 통해 매도인을 압박하면서 기존 지급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사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매도인이 보유한 다른 재산이 있다면 근저당 설정 등을 통해 채권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압류를 신청한 뒤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절차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책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위험 요소가 있는 물건이라면 계약 특약에서 위약벌이나 담보 제공 등 보다 강한 보호 장치를 둘 수도 있었을 것인데, 향후 실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중개인이 매도인의 재무 상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을 검토해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계약 구조 자체를 보수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근저당이나 채무가 설정된 ‘융자 낀 물건’의 경우 자금 집행 방식에 따라 리스크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계약금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 매매가의 10% 수준이지만, 채무 리스크가 있는 경우 비율을 낮춰 초기 손실 가능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중도금은 근저당 말소나 채무 일부 상환을 조건으로 단계별 지급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채무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지급하면 회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잔금 단계에서는 선순위 채무 전액 상환과 소유권 이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이행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잔금으로 채무 정리가 가능한지 사전에 구조를 점검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막힐 수 있다.
특약 설계도 필수다. 잔금일까지 근저당·가압류 말소 의무를 명시하고, 미이행 시 계약 해제와 배액배상, 추가 담보 제공 조건 등을 계약서에 반영해야 한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