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하나증권이 10여 년 전 약 5000억원에 팔았던 여의도 사옥을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웃돈을 주고 매입할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금액임에도 여의도 사옥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면 ‘남는 장사’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리츠 업계에 따르면, 페블스톤자산운용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하나증권 빌딩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달 코람코더원리츠가 매각 절차에 돌입한 지 약 한달만이다. 하나증권이 매수선택권(콜옵션)을 발동하는 지에 따라 빌딩의 새로운 주인이 결정된다.
◇ 매각 절차 본격화에 주가 급등
여의도국제업무지구에 위치한 하나증권 빌딩은 1994년 준공한 지하 5층~지상 23층, 대지면적 7570㎡(2289평), 연면적 6만9826㎡(2만1122평) 규모 건물이다. 하나증권이 소유하고 있다가 2015년 코람코자산신탁에 약 5000억원에 매각했고, 매수선택권, 5년 임대차 계약 연장 등 권리를 받았다. 2022년 코람코자산신탁은 해당 빌딩을 단일 자산으로 편입한 코람코더원리츠를 상장했다.
코람코더원리츠는 작년 말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작년 11월 중순 한 주당 6400원선이던 주가는 약 한달만인 12월 초 8000원선을 돌파했다. 지난 2월 27일 처음 9000원선을 돌파했고, 3월 둘째주부터는 꾸준히 9000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진 3월 13일 주당 최고 1만110원까지 치솟았으며, 3월 16일에는 주당 9330원에 장마감했다. 1년 전인 3월 말(주당 4915원)과 비교해 시가총액은 1985억원에서 3769억원으로 약 1874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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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리츠 주가가 공모가 근처를 맴돌고 있는 것과 달리 코람코더원리츠가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청산 가능성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로 사옥을 이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업 인적 네트워크가 집중된 여의도에 잔류 가능성이 높은 하나증권이 사옥을 재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12월 코람코 측에 매수선택권 행사를 통보했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코람코 측은 지난 1월 입찰 공고를 냈고, 한달간의 공개 입찰을 통해 최고가를 써낸 페블스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나증권은 한달 이내에 매수선택권 최종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최대 8000억원 예상”…주당 1만원 분배금 가능
하나증권은 페블스톤자산운용이 써낸 최고가 입찰액과 감정평가액 중 높은 가격에 매수를 결정해야 한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액의 경우 통상 시장가의 70% 수준에 형성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입찰가격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람코더원리츠 공시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빌딩의 감정평가액은 7136억원으로 10년 전 매각가인 5121억원 대비 2000억원 올랐다. 최근 매각 절차를 밟으며 감정평가가 다시 이뤄졌는데, 페블스톤의 입찰가격이 이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매각가를 3.3㎡(1평)당 3200만~3500만원, 총 6759억~7393억원대로 추정 중이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나증권 빌딩은 건물 재건축에 따른 호재까지 더해지면 시세가 8000억원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용적률 580%로 건축돼 법적 용적률 800%보다 낮고, 서울시의 국제금융지구 규제완화를 적용하면 최대 1200%까지 용적률을 높여 초고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에는 최고가 매각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다. 작년 9월 감정평가액 7136억원을 기준으로 2920억원의 담보 대출, 임차 기업들의 보증금 179억원을 제외한 순자산가치는 4037억원이다. 운용사의 매각 성과 수수료 등 비용을 제외하면 예상 분배금은 총 3737억원, 주당 8300~8500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주주들이 청산 수익을 거두려면 약 7700억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 일부 시장의 기대대로 8000억원에 매각이 이뤄지면 주당 예상 분배금은 1만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 “여의도 전략적 가치” 예상보다 높은 가격, 하나증권 선택은?
다만 최근 하나증권의 실적 부진은 최종 매수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 경영공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작년 당기순이익으로 212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2251억원 대비 약 5.8% 감소한 수치다. 2023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의 여파로 2889억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재매입 가격은 10년 전 매각 가격인 5000억원, 감정평가액인 7000억원대 초반 대비 훨씬 높은 금액이 예상된다. 하나증권으로서는 하나금융지주를 포함한 복수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해야 한다.
높은 매각 가격에도 불구하고 하나증권 측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청라로 그룹 본사가 이전하는 가운데 하나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의 합병을 통해 IB 조직 거점으로 여의도 사옥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