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의 입시 성과와 학원가 결합… ‘강동의 대치동’으로
대단지 재건축 단지+대기업 종사자들의 우수한 접근성 더해져
[땅집고] 지난 17일, 수도권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출구를 나서자 아파트 단지와 학원가가 밀집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총 2만5000가구 규모의 신축 대단지를 배후에 둔 이곳은 최근 교육 인프라가 집중되며 지역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건물 상층부를 빈틈없이 메운 입시 학원 간판들은 이 지역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평일 오후, 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학원 셔틀버스와 그 사이를 지나 학원가로 향하는 교복 입은 학생들의 행렬. 고덕역 일대는 취재진이 머무는 내내 활기가 돌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동구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 고덕 학군이 지역 내에서 입시 과정을 지역에서 해결하는 이른바 ‘학군 자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주요 학군지로 이사가는 ‘학군 갈아타기’, 최대 학원가인 강남구 대치동으로 ‘학원 라이딩’을 하는 풍경이 줄어든 것이다.
기존 구축 아파트들이 재건축되면서 열악했던 교육 인프라가 확충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고덕동 학사공인중개사사무소 A대표는 “신축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학원가의 규모도 커졌는데, 대치동 등에서 활동하던 유명 강사들이 고덕에도 직접 출강하기도 한다”며 “명문학교들의 진학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고덕동 일대 부동산 시장도 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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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강사가 온다” 대치동 ‘라이딩’ 필요 없어진 고덕 학원가
부동산과 학원 업계에 따르면, 고덕지구 일대 학원가는 과거 초등학생 대상의 보습학원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고학년생 대상의 전문 입시 학원들이 늘어나며 지역 내에서 입시를 완결 짓는 ‘학군 자립화’가 이뤄지고 있다. 대입 전문 대형 학원들이 앞다투어 분원을 개설하며 고학년 중심의 입시 대비 학원가로 바뀌었다.
유명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활약하는 인지도 높은 스타 강사들이 직접 현장 강의를 진행하며 지역 수험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치명인학원 강동캠퍼스에는 대성마이맥의 인기 국어 강사인 김젬마 강사 등 스타 강사들이 직접 출강하고 있다.
학원가의 규모도 상당히 커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고덕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명일동 학원가에는 현재 약 170여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다. 대치동의 900여 개, 양천구 목동의 400여 개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작지만, 최근 신흥 학원가로 주목받는 마포구 대흥역 인근(120여 개) 이상이다. 229개 학원이 있는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를 추격하는 추세다.
지역 내 명문고들의 우수한 진학 실적도 학군지 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종 합격 기준으로 2026학년도 대입 결과를 살펴보면, 한영외고는 수시 17명, 정시 3명 등 총 20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수시 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광역자사고인 배재고 역시 서울대 의대 합격생 1명을 포함해 총 31명(재학생 24명, 졸업생 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지역 학부모들의 선호도를 견인하고 있다.
◇ 계절을 타는 부동산…‘겨울 방학’ 이사 행렬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새 학기 배정을 앞두고 이른바 ‘학군지 갈아타기’ 수요가 대단지들로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덕동 부동산 시장은 매년 겨울방학 시즌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새 학기 배정을 앞두고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지로 진입하려는 전세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고덕동 학사부동산 대표 A씨는 “학군 수요가 이 시기에 몰리면서 겨울철 거래량이 1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초품아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4932가구)와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두 단지에서만 작년 12월 1일부터 올 2월 28일까지 3개월간 총 482건의 전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기간 고덕동과 상일동 전체 전월세 거래량(약 1150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현장에서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탄탄한 고소득 전문직, 대기업 종사자들의 이사수요가 주요 기업으로 출퇴근 여건이 좋은 고덕지구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일동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와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가 위치해 있으며,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로 향하는 통근 버스도 운행 중이다. 학사부동산 대표 A씨는 “삼성 계열사 인접성과 SK하이닉스 통근 버스 운행 등 대기업 종사자들의 우수한 접근성 덕분에 고소득 젊은 층의 유입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그 수요는 전세뿐 아니라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는 24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21억3000만원 대비 3억 6600만원 상승한 가격이다. 고덕아르테온 역시 동일 면적 기준 매매가가 24억 원 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세가는 9억 원 대에서 신규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 단지별 중학교 배정 희비
주거 선호도가 높아진 이면에는 늘어난 학령 인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교육 행정의 한계도 관찰된다. 대다수 단지가 초등학교를 인접한 ‘초품아’ 형태를 띠고 있으나, 중학교 배정 단계에서는 특정 학교로의 쏠림과 과밀 문제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고덕동 행복부동산 대표 B씨는 “고덕중 전교생이 1500명에 육박하는 과밀 상태라 교육청이 배정지를 조정하며 갈등이 시작됐다”며 “일부 입주민들은 단지와 가깝고 선호도가 높은 고덕중 대신, 빌라 및 구축 주거지에 인접해 비학군지로 인식되는 강명중으로 배정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중학교 신설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학군지로서의 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in0212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