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거의 200년 된 건물이 불에 타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예전 우리 숭례문 화재 사건도 생각나고…”
매년 2500만명이 이용해 영국에서 가장 붐비는 기차역 중 하나로 꼽히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중앙역. 지난 8일 이 역 근처에 있는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사고를 수습하느라 기차역이 며칠 동안 폐쇄됐을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컸던 데다, 1850년대 지어져 올해로 175년 된 유서 깊은 건물이 불에 타 검은 뼈대만 남은 모습이 현지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글래스고 중앙역을 끼고 있는 시내 중심 입지 빌딩 ‘유니언 코너’다. 글래스고 중앙역이 1879년 개통했는데, 역보다 더 빠른 1851년에 준공해 역사가 깊다. 19세기 빅토리아 양식으로 건축돼 B급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빅토리아 건축 양식은 과거 고딕·로코코·로마네스크 등 양식을 절충해 화려하고 장식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실제로 이 건물 지붕을 보면 둥근 돔 모양의 구조물을 달고 있어 우아한 느낌을 주며 지나가는 사람들 눈길을 잡아 끌었다.
하지만 지난 8일 오후 3시 45분쯤부터 약 10시간에 걸친 화재로 인해 ‘유니언 코너’가 완전히 불에 타 사라졌다. 화재 원인은 건물에 입점해있던 액상전자담배 판매점에서 배터리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판매점 카운터 아래 충전기가 여럿 꽂힌 어댑터에서 작은 불꽃이 터진 장면을 목격한 시민이 있어서다. 초기에 소방관 60명 이상이 투입됐고 이후 추가 인력까지 250명이 진화 작업에 온 힘을 다했지만 자정 쯤에 건물 일부가 붕괴되기 시작했고, 불길이 옆 빌딩으로도 번질 정도로 커지면서 결국 건물이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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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유니언 코너’ 1층에 입점해있던 상점과 상층부 사무실 모두 재고와 집기를 한 순간에 잃게 됐다. 이번 화재로 금전 손해를 입은 피해자를 위해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16만파운드(약 3억1500만원)이 모금됐다. 더불어 영국으로 향하는 서해안 핵심 노선을 낀 글래스고 중앙역은 안전을 위해 폐쇄하고, 기차 노선을 대체하는 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유니언 코너’가 전소된 현장 영상과 사진을 접한 네티즌 중에선 과거 숭례문 방화 사건을 떠올린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2008년 2월 10일, 한 60대 후반 남성이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불을 피웠던 사건이다. 1398년 건립된 숭례문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숱한 위기를 버텨냈지만 한 사람의 방화로 610년 만에 불에 타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히 사건 5년 뒤인 2013년 5월 현재 모습으로 복원됐지만 당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이다.
한편 글래스고 중앙역 운영을 책임지는 네트워크 레일의 책임자 로스 모란은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기차역을 재개통할 것”이라며 “응급 서비스, 지방 의회 및 열차 운영사와 협력하여 역을 복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