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회색도시’ 오명 썼던 문래동, 이젠 없다…성수동 뛰어넘을 서남권 개발 계획 보니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3.15 12:00

[핫플을 만드는 도시계획③] "낙후된 곳 가장 뜬다" 문래동으로 보는 ‘넥스트 성수’ 공식

[편집자 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성수동. 대한민국 넘버원 ‘핫플’은 민간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0여 년에 걸친 서울시의 치밀한 공간 전략이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이번 기획은 성수동 성공을 이끈 오세훈 서울시 시장의 준공업지역 정책과 규제 완화, 도시계획을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성수동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과 한계 역시 진단하고, 문래동을 거쳐 강북으로 이어지는 ‘제2·제3의 성수동’이 어떻게 변모할지도 짚어본다.

[땅집고] 과거 산업화를 이끌었던 서울 준공업지역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모습. 철공소와 작업장이 밀집한 가운데 곳곳에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식당과 술집, 카페가 입점하면서 ‘힙한 상권’이 됐다. /연합뉴스


[땅집고] 지난 13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고층 아파트 단지 뒤편으로 ‘○○테크’, ‘△△정밀’ 등 간판을 단 낡은 철공소와 소규모 제조공장이 빼곡했다. 군데군데 조그만 식당과 술집, 카페도 눈에 들어왔다. 점포마다 큰 간판을 달아두는 대신 작은 입간판만 세워둔 곳이 많았다. 얼핏보면 오래된 공장처럼 보였지만 가게 내부는 특유의 빈티지하고 힙한 멋을 찾아온 20~30대 젊은층으로 북적거렸다. 바로 ‘제2의 성수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래동 상권의 현재 모습이다.

문래동은 원래 상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소 공장이 밀집한 한국 경제 성장의 숨은 엔진 역할을 했던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산업 구조가 바뀌고 일감이 줄면서 공장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긴 빈 공장에 싼 월세와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된 젊은 문화예술인과 청년 창업가들이 모이면서 독특한 식당과 카페, 창작공간이 빠르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아직 문래동 상권은 초기 단계다. 성수동보다 규모도 크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수동 못지않게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두 지역 모두 과거 준공업지역이란 공통점을 갖춰 비슷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 같은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서남권 대개조 2.0’ 프로젝트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성수동 발전 과정의 명암을 파악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래동을 포함한 서울 서남권을 낡은 준공업지역에서 글로벌 도시 경쟁 핵심축으로 탈바꿈하는 발전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서남권에 7.3조 투입…전철 4개, 역사 30곳 만든다

서울시는 균형발전을 위해 그동안 크게 CBD(광화문)·YBD(여의도)·GBD(강남) 3곳으로 나뉘었던 중심축을 소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문래동을 포함한 영등포구와 양천·구로·관악·강서·동작구가 있는 서남권이다. 오 시장은 2024년 서남권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이 지역 산업·주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달 5일에는 이 계획을 더 고도화한 ‘서남권 대개조 2.0’ 사업을 공개했다. 한 때 국가성장을 주도했으나 현재 서울에서 손꼽히는 낙후지역이 된 서남권을 교통, 산업, 주택, 녹지 등 여러 방면에서 발전시켜 경제·문화·생활이 어우러진 ‘미래신성장 산업거점’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이 사업을 위해 서울시 예산 4조7000억원과 국비 8000억원, 민간자본 1조8000억원을 합해 총 7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땅집고] 지난 3월 5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남권 대개조 2.0’ 중 전철 노선 확충 방안. /서울시


오 시장은 지역 발전을 위한 첫 번째 퍼즐이 교통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서남권 곳곳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철도망과 함께 도로를 신설·확대해 교통 인프라를 먼저 확충하기로 했다. 그동안 교통 사각지대로 꼽혔던 서남권 접근성이 좋아져야 지역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남권에 놓이는 철도는 주로 경전철이다. 일반 지하철에 비해 수송량은 적지만 공사 조건이 덜 까다롭고 사업 속도가 빠르다. 목동~청량리역을 잇는 강북횡단선과 함께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난곡선(난향동~보라매공원) ▲서부선(서울대입구역~새절역) 등 4개 노선에 30개역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예비타당성 제도 개선 건의 등으로 사업 추진력을 확보하고, 노선 간 연계성을 높여 시민 체감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상습 도로 정체 구간도 손본다. 먼저 남부순환지하도로 중 개화동(강서구)~신림동(관악구) 15㎞ 구간에 지하도로를 신설한다. 여기에 현재 공사 중인 신림~봉천터널을 더해 동서축 네트워크를 보완하고, 서남권 전반의 교통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신월IC~국회의사당 교차로에 이르는 7.6㎞구간에 연장 4.1㎞ 지하차도를 새로 뚫어 상부 교통량을 분산시킨다. 지상 공간에는 테마 공원을 조성해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고 시민 여가 공간으로 쓸 예정이다.

서부간선도로는 4차로에서 5차로로 확장하고, 보행 육교와 덮개공원을 설치해 인근 안양천과 연계한다. 강남순환로의 경우 신림봉천터널을 통해 남부순환로까지 연장해 서남권 지하고속도로를 완성하기로 했다. 도로 완공시 강남에서 강서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70분에서 40분으로 크게 단축된다.

◇최첨단 산업기지 G밸리와 함께 ‘녹색 감성’도 확보

[땅집고] 서울 금천구 G밸리 일대 모습. /서울시


서남권을 낙후한 준공업지역에서 최첨단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G밸리’ 계획도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G밸리를 단순 생산 기지가 아닌 연구와 창업, 생활이 모두 가능한 혁신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신흥 업무지구로 성장하고 있는 마곡산업단지의 경우 유보지를 복합용지로 전환해 문화·편의시설을 유치하고, 피지컬AI 산업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마곡형 R&D센터’ 총 4곳을 설립한다. G밸리에선 국가산업단지계획을 전면 재정비해 교학사, 마리오아울렛 등 특별계획(가능)구역 복합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 119곳에 대한 지원시설 비율을 기존 15%~20%에서 법정수준(30%)까지 확대해 개발 여력을 확보했다.

온수산업단지는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 기반 및 지원시설을 확충하고 노후 산업공간을 뿌리산업 기반의 스마트 산업단지로 개발한다.

[땅집고] 지난 3월 5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남권 대개조 2.0’ 중 녹지 공간 확보 방안. /서울시


그동안 서남권은 녹지 공간이 부족해 ‘회색도시’라는 인식이 강했다. 산업화 시대부터 이어져왔던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수변 거점을 중심으로 녹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G밸리 일대에는 가로수와 띠녹지로 구성된 도심형 가로숲을 만들고, 방치돼 있던 공개공지를 공유정원으로 조성한다. 서남권 대표 하천인 안양천과 도림천변에 수변카페와 수상레저시설 등을 설치해 한강처럼 시민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남권 곳곳에 군데군데 단절된 숲·공원·하천을 선형으로 연결하는 총 48.4㎞ ‘서울초록길’을 2027년까지 조성해 녹색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잇는 생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

오 시장은 “오랜시간 서울 성장을 뒷받침해 온 산업 엔진인 서남권은 앞으로 새 비전으로 가치를 높이고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며 “교통 인프라부터 산업, 주거, 녹지를 혁신해 도시균형발전과 글로벌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의 성장을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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