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월세 올리는 ‘종부세 이중잣대’ 논란
임대료 5% 지키고 싶어도 못 지킨다
“30가구 청년 주거 공급했는데 종부세 1600만원”
[땅집고] “다중주택도 다가구주택처럼 최소한 공정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토대마련이 시급하다고 봐요. 취사시설이 없고 잠만 자는 방이라고 해서 혜택을 줄 수 없다면, 왜 세금을 매길 때는 큰 집 한채를 기준으로 하나요? 행정편의주의라고 봅니다.” (제보자 이모씨)
대학가 원룸 월세가 60만~70만원 수준까지 치솟는 배경에 현 정부의 세제 구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같은 형태의 소형 임대주택임에도 다가구주택은 ‘방별’로, 다중주택은 ‘통건물’로 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 기준이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것.
다중주택은 여러 사람이 각각 방을 임대해 거주하는 형태의 주택으로, 취사시설이 없는 개별 방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학가 원룸·고시원형 임대주택을 말한다. 건축법상 단독주택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대전에서 약 30가구의 청년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임대인 이모(51)씨는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다중주택 과세 기준을 다가구주택과 동일하게 호실별 공시가격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 다가구는 ‘방별’, 다중주택은 ‘통건물’
현재 종합부동산세에서 임대주택 합산배제 혜택을 받으려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과세 기준이다. 다가구주택은 내부 방을 각각 개별 주택으로 인정해 공시가격 기준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방 10개가 있어도 각각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이면 세제 혜택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다중주택은 여러 가구가 거주하더라도 건물 전체를 하나의 주택으로 본다. 이 때문에 개별 방의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건물 전체 공시가격이 3억원을 넘으면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 30가구 운영 임대인 종부세 1600만원…월세 인상 압박
이 같은 구조는 임대사업자 등록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받지만, 다중주택은 종부세 부담이 그대로 남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 씨는 “학생들을 위해 임대료 5% 상한을 지키고 싶어도 종부세 부담 때문에 제도권 등록을 하기 어렵다”며 “결국 제도 밖 임대가 늘어나면서 청년 임차인들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 세금 부담도 적지 않다. 이 씨는 “실제로 2021년 한 해에만 종부세로 약 1631만원을 냈다”며 “30가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월 9만원 정도의 임대료 인상 압박이 생기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금 증가분이 결국 임대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다중주택, 통계에서도 ‘사각지대’
다중주택은 정책 통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전국 다중주택은 약 2만호 수준이다. 다중주택은 통계상 단독주택 범주에 포함돼 별도 정책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학가 원룸, 고시원 형태의 1인 주거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는 것이 현장 의견이다. 임대업계에서는 “취사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다중주택을 사실상 주택이 아닌 것처럼 취급하면서도 세금은 고가 주택 기준으로 부과하는 모순이 있다”며 “실제 거주 형태에 맞는 과세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씨는 “전기료나 수도요금, 전입신고는 가구별로 관리하면서 종부세만 마치 한 가족이 사는 큰 집처럼 계산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