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 매수자 우위로 돌아섰다
10채 중 6채 호가보다 싸게 팔렸다
[땅집고] 미국 주택 시장에서 집을 호가(呼價)보다 싸게 사는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주택 가격이 안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판매자보다 구매자가 협상에서 유리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 디스카운트 시대…매도자 수 월등히 많아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할인’이다. 10일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약 62.2%가 최초 매도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평균 할인율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실제 거래 가격은 호가보다 평균 7.9% 낮았다. 2012년 이후 가장 큰 할인 폭이다. 지난해 미국 주택 매물의 중간 가격이 39만9900달러(약 5억8800만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약 3만1592달러(4600만원)가 깎인 셈이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형태의 공동주택(콘도)의 할인율이 8.1%로 가장 높았다. 단독주택은 7.9%, 타운하우스는 6.5%였다.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주거비 상승의 원인으로 불법 이민자와 대형 기관 투자자를 지목하며 이들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집값이 안정을 찾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수급 불균형’이다. 레드핀은 현재 매도자 수가 매수자보다 약 47% 많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기간 급등한 주택 가격과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인해 구매 수요가 줄어든 반면 매물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수급 구조는 매수자에게 가격 협상력을 제공한다. 이른바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레드핀은 이런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매수자가 원하는 주택 가격이 자신의 예산보다 다소 높더라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매도자로부터 가격 인하나 거래 비용 지원, 수리비 부담 등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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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주택 거래량, 4년 만에 최저
금리는 내려왔지만 거래는 오히려 줄었다. 올해 1월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평균 7%대에서 6% 초반대로 하락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구도 늘어난다. 미국 부동산 중개인협회에 따르면 금리 하락으로 약 550만 가구가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됐다.
하지만 실제 거래는 예상과 달리 감소했다. 미국 부동산 중개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존 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8.4% 감소했다. 최근 4년 사이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4.4% 줄었다.
향후 거래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계약 체결 후 거래 진행 중인 주택’도 줄었다. 이는 매매 계약은 체결했지만 대출 승인이나 감정평가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인 거래를 의미한다. 올해 1월 이 지표는 전달보다 0.8%,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뉴욕이 포함된 미국 북동부 지역의 감소폭이 컸다. 전달 대비 5.8% 줄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가 포함된 남부 지역도 4.5% 감소했다. 올해 초 이 지역에 기록적인 한파가 발생해 주택 거래 활동이 일시적으로 위축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집값 상승률 0% 전망
집값 상승세도 크게 둔화됐다. 미국 부동산 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존 주택의 중간 거래 가격은 39만6800달러(5억8400만원)로, 전년 동기보다 0.9% 상승하는데 그쳤다. 레드핀 기준으로 기존 주택과 신축 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 중간 가격은 지난해 1월 42만2921달러(6억2300만원)로 전년 대비 1.1% 상승했다. 최근 10개월 동안 집값 상승률은 2%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팬데믹 시기 두 자릿수 상승률과 비교하면 시장이 크게 안정된 모습이다.
향후 시장의 향방은 봄이 다가오면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겨울은 전통적으로 주택 거래가 적은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 효과가 봄 이후 거래량과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올해 집값 상승 기대는 크지 않다. 투자은행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2026년 미국 주택 가격 상승률이 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나 기관투자자의 주택 매입 규제보다는 금리 수준과 경기 상황이 미국 주택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한미글로벌 제공, 정리=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