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3·4·5구역, 5월 말 시공사 선정에 재건축 판 들썩
“정치적 불확실성 피하자” 삼성·현대·DL 등 대형사 눈치싸움 치열
[땅집고] 서울의 매머드급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사업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려는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수주 대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 ‘9조 규모’ 압구정 줄줄이 선발등판에 타지역 판도 흔들
9일 재건축ㆍ재개발 업계에 총사업비가 9조 원을 상회하는 강남구 압구정 3·4·5구역이 모두 오는 5월 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사업비가 5조원에 달해 압구정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압구정 3구역은 오는 5월 25일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를 뽑을 예정이다. 사업비가 2조원, 1조5000만원인 압구정 4구역과 5구역은 각각 5월23일과 30일에 시공사를 뽑는다.
사업비 약 5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압구정 3구역은 오는 5월 2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낙점할 계획이다. 이어 압구정 4구역(2조원)과 5구역(1조 5000억원) 역시 각각 5월 23일과 30일로 일정을 확정했다. 대한민국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면서 건설업계의 수주 경쟁 구도도 요동치고 있다.
현재 압구정 3구역은 현대건설이, 4구역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 수주를 노리고 있다. 반면 5구역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2파전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거대 사업지들의 일정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도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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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19·25차, 목동6단지도 가세… “지선 전 불확실성 제거 목적”
우선 현대건설은 압구정 3·5구역에 집중하기 위해 GS건설과의 격전이 예상됐던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이하 성수1지구) 재개발 입찰에서 발을 뺐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5차(신반포 19차 통합) 재건축 단지도 변수로 떠올랐다. 이곳은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는 현장으로, 5월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입장에서 압구정 4구역 총회와 불과 일주일 차이인 신반포 25차 경쟁 입찰까지 병행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실제 입찰 마감까지 경쟁 구도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반포25차 아파트와 소규모 아파트인 한신진일빌라트 등 4개 단지를 통합 재건축해 600~7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조합이 추산한 공사비는 약 6000억원이다. 조합이 올 1월 입찰지침서에서 책임준공확약을 빼기로 하면서 삼성물산의 참여도 점쳐진다. 삼성물산은 책임준공확약을 요구하는 단지의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단지도 ‘5월 30일 총회’ 대열에 합류했다. 목동에서 가장 먼저 시공사를 뽑는 목동 1호 재건축인 6단지는 총공사비 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지다. 지난달 23일 현장설명회에는 10대 건설사가 대거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현재 DL이앤씨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1조원 이상의 초대형 사업지들이 일제히 상반기로 일정을 당기는 이유는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서울시 행정 라인이 교체될 경우 인허가 지연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하반기 예정이던 곳들까지 속도전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속도전…꽉 막힌 은마ㆍ성수4지구, 신통기획으로 풀리나
서울시에서도 지선 전까지 풀 수 있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지는 최대한 풀어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남 대치동의 상징적 노후 단지 은마아파트 재건축과 성수 4지구 재개발이 동시에 서울시 통합심의 문턱을 넘었다. 시는 지난달 26일 제3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두 사업에 대한 건축·경관·교통·교육·환경·소방·재해·공원 등 8개 분야 통합심의를 조건부 의결했다.
은마아파트는 이번 통합심의 결과를 반영해 올해 사업시행계획 인가, 내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목표로 2030년 착공을 추진한다. 시공사는 이미 2002년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으로 선정했다. 또한 성수 4지구 재개발은 2011년 정비계획 수립 이후 15년간 지연됐던 숙원 사업인만큼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꽉 막혔던 두 사업지가 빠르게 통합심의를 통과한 것은 서울시가 지선을 의식해 속도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속통합기획의 실효성을 입증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속도전이 향후 공사비 갈등이나 설계 변경 등 사업성 리스크를 충분히 거르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 실제 공급으로 빠르게 이어지려면 대외적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