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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파포'에도 창고형 약국이?" 800평 약국 확산에 "우린 다 죽어" 반발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03.09 11:12 수정 2026.03.18 09:50

카트 끌고 약 고르는 ‘창고형 약국’
대단지 상가·대형 쇼핑몰 중심 빠르게 확산
1년 새 30곳 넘게 등장, 동네 약국 비상

[땅집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에서 고객이 각종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전자랜드


[땅집고] “400평 카페는 들어봤어도, 800평 약국은 처음 봅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감기약이랑 피로회복제 등 이것저것 사려고요.”

지난달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용산본점에 800평 규모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었다. 매장에는 일반의약품부터 건강기능식품, 뷰티 제품까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대형 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필요한 약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약사와 대면하지 않고 직접 선반에서 제품을 골라 담을 수 있다. 30대 김모씨는 “약국이 아니라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 온 것 같다”며 “가격도 저렴한 것 같아 자주 찾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이 창고형 약국이 최근 전국 주요 상권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상가에도 비슷한 형태의 약국이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지 아파트 상가까지 창고형 약국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약국 시장과 상권 지형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동네 소형 약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청량리 18억 아파트서 1000평 규모 약국…"우린 다 죽는다" 곡소리

◇가격 경쟁력 앞세운 ‘창고형 약국’ 전국 확산

창고형 약국의 확산 속도는 빠르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국에 30곳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면적 330㎡ 이상 대형 약국은 전국에서 16곳이 새로 개설됐다. 경기 지역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대구도 각각 2곳씩 늘었다.

[땅집고] 대구 서구 이현동에 자리한 '메가타운약국' 내부 모습. 마치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매장처럼 약들이 진열되어 있다./메가타운약국


최근에는 1000㎡ 안팎 규모의 초대형 약국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용인·평택, 대구 등에 문을 연 약국은 기존 약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크다. 대형 상업시설이나 복합쇼핑몰 내 공실 상가에 입점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상권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대단지 아파트 상가로도 확산 조짐을 보인다. 총 1만2000여 가구가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상가에도 창고형 약국 입점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약국은 단지 내 ‘올림픽파크포레온5 상가’ 지하 2층에 들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과 연결된 상가로 유동 인구가 많은 위치다.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공간은 약 150평 규모로 의원과 약국이 함께 입점하는 형태다. 365의원과 함께 들어서며 약국 약 70평, 의원 약 80평 정도로 나눠 사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논쟁이 뜨겁다. 입주민들은 “대단지 아파트 안에도 이런 형태의 약국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단지 상가뿐 아니라 인근 약국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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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약국 다 죽는다” 약사단체 반발

창고형 약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감기약이나 소화제 같은 상비약이 동네 약국보다 1000원 안팎 저렴한 경우가 많고 일부 제품은 시중 가격보다 20~30% 낮게 판매된다. 제약사와 직접 거래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대량 구매 후 판매하는 구조 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성분을 비교하며 직접 고를 수 있고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약사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이 기존 약국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네 약국은 단순 판매점이 아니라 복약 상담과 건강 관리 역할을 하는데, 초대형 약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손님을 흡수하면 지역 약국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약 오남용 가능성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가격이 저렴하고 구매 개수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필요 이상으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영주 경희의료원 약사는 “창고형 약국은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자가 정확한 의약품 정보보다 가격이나 브랜드만 보고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며 “환자의 건강 상태에 맞춘 복약 지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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