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가 ‘주거비 비상’
성균관대 인근 월세 1년 새 18% 급등
월세 100만원 넘으면 줄 선다
싼 방 먼저 팔리는 것 옛말
[땅집고] “위치 좋고 컨디션 좋은 곳은 월세가 80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아요. 심지어 비쌀수록 방이 잘 나가고, 지금 남은 건 대부분 저렴한 구축 원룸 뿐이에요.” (성균관대 인근 하나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5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명륜캠퍼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새 학기 개강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원하는 방을 알아보는 학생과 학부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학교 정문 앞 한 중개업소에 방문했을 때도 부모와 함께 온 한 복학생이 원하는 조건의 매물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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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빨리 빠진다
대학가 주변 복수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 원룸 거래 동향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가격이 저렴한 방부터 빠르게 계약됐지만, 최근에는 신축이나 풀옵션 등 월세가 비싼 원룸이 먼저 계약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실제로 인근 신축 원룸 월세는 120만~130만원 수준까지 형성돼 있다. 100만원을 훌쩍 웃도는 금액인데도 내부 시설이 최신식이고 관리 상태가 좋으면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수요가 몰리면서 계약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하나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에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올랐는데, 최근엔 전체 수요는 크게 줄어들면서 잘 나가는 방만 속속 팔린다”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축이나 관리가 잘 된 매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했다.
그렇다고 안 팔리는 원룸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관리비나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도 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지하 원룸 중에서도 월세가 60만원이 넘는 매물도 많다.
◇관리비까지 더하면 실거주비 100만원 육박
서울 주요 대학 밀집 지역의 원룸 월세는 보증금 500만~1000만원 기준 평균 55만~8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역세권 신축이거나 대학과 가까운 ‘풀옵션’ 원룸의 경우 월세는 90만원도 넘는다.
여기에 관리비 5만~10만원과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까지 더하면 실제 주거비는 월 70만~100만원에 이른다. 성균관대 사회과학 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22) 씨는 “원룸이어도 화장실이 넓고 창문이 크게 난 집은 관리비를 포함하면 거의 100만원 가까이 돼 감당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집을 보러 가는 사이에 계약이 끝나기도 한다”고 했다.
대학별로는 성균관대 인근 지역 상승폭이 가장 컸다. 평균 월세는 1년 사이 62만5000원에서 73만8000원으로 18.1% 상승했다. 이어 한양대(11.3%), 고려대(9.8%), 연세대(6.2%), 서울대(1.9%) 인근도 상승세를 보였다.
서진형 한국부동산학회 회장은 “최근 대학가 원룸 월세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비아파트 공급 부족”이라며 “원룸이나 다세대, 다가구 같은 소형 주거 상품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관리비와 유지비 부담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여기에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 수요 일부가 월세 시장으로 이동했고, 결과적으로 월세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