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게 치솟는 15억원 이하 시장
서울 외곽·경기도까지 번졌다
‘1년 반만에 43% 급등’ 재현 우려
[땅집고]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메디알레’. 지난해 12월 말 전용 84㎡ 입주권 매물이 13억6280만원(6층)에 팔렸지만, 올 2월 초 14억9565만원(20층)에 거래되면서 약 한 달 만에 1억3000만원이 뛰었다. 경기 남양주 ‘다산이편한세상자이’ 전용 84㎡는 2월 초 9억6000만원(11층)에 거래됐으나, 약 3주 뒤에는 10억5000만원(23층)에 팔리면서 2021년 이후 5년 만에 10억원을 돌파했다.
5월9일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의 매도 문의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폭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강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가격 상승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한 만큼, 15억원 선을 향한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일어났다.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12·16 부동산 대책이 ‘9억원’과 ‘15억원’을 대출 규제 기준으로 삼자, 주요 단지의 매매가가 9억원, 15억원 수렴하는 ‘격차 메우기’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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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억원 이하 주택 불장…”부르는 게 값”
새해부터 3월5일까지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 10채 중 8채는 15억원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발표한 1월 2일 이후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23일부터 이날까지 신고된 매매 거래 건수는 총 5389건이다. 이중 15억원 이하 비중은 4443건으로, 82%를 차지한다. 1월1일부터 1월22일까지 체결한 매매 계약 중 15억원 이하 비중이 78%(3482건 중 2738건)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올랐다.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구간은 15억원 이하 아파트”라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내놔도 팔리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최근 실거래가와 매매 호가가 억 단위로 벌어진 단지도 등장했다.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SK뷰’ 전용 84㎡의 경우 1월 14억5000만원(7층)에 팔렸지만, 현재 매매 호가는 이보다 1억원 이상 오른 15억8000만원부터다.
◇ 15달 만에 집값 44% 뛰게 한 그 정책
각종 세금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했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이다. 2019년 12월 16일 문 정부는 18번째 부동산 대책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상향 조정했다. 15억원 초과 주택 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9억 초과분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에서 20%로 줄였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책 이후 15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 전 위원장은 “15억 이하 주택의 가격이 오른다는 가정에 동의할 수 없다. 왜 오른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산층이 집 살 기회를 줄이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있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집 값이 계속 오르면 LTV만 가지고 중산층이 집을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매매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9년 12월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44%였다. 2017년 7월(0.46%) 후 2년5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을 사려던 이들이 불가피하게 전세 잔류를 택했고, 다주택자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책은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일으켰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원힐스테이트’ 전용 59㎡는 2019년 11월 5억9800만원(7층)에 팔렸지만, 규제 직후인 한달 뒤 6억원 선을 돌파했다. 1년 후인 2020년 12월에는 7억7500만원(16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2021년 3월에는 8억4500만원(5층)에 팔리면서 8억원 선을 넘어섰다. 15개월 만에 43.8% 상승률을 기록했다./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