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량 4.3만개인데 62만개 지급
장부거래 시스템, ‘유령 코인’ 지적
업계 “시스템보다는 내부통제 문제”
[땅집고] 약 60만 개의 ‘유령코인’을 이벤트 보상으로 지급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근본적인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6일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들에게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오지급한 가운데 자산을 관리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드러났다. 실제 보유한 4만6000여개의 12배가 넘는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동안 이를 막지 못했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지난달 6일 오후 7시경 이벤트 리워드를 1인당 2000원~5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급 담당자가 단위를 ‘원’이 아니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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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지급 예정이던 금액은 총 62만원이었다. 단위를 잘못 입력하면서 62만개 비트코인이 지급된 것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62조원 상당이다.
빗썸은 이날 오후 7시20분 오지급을 인지한 뒤 7시35분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면서 7시30분경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8111만원까지 폭락했다.
빗썸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99.7%인 61만8212개를 즉시회수했지만, 125억원 정도는 아직까지도 회수하지 못했다. 이중 30억원가량은 이미 현금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실제 빗썸이 갖고 있지 않은 비트코인이 이용자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이른바 ‘유령 코인’이 지급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로 장부 거래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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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빗썸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자체보유한 175개, 회원으로부터 위탁받은 4만2619개 등 총 4만2794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된 최근 유통량은 4만6000여개였지만, 지급 수량은 총 62만개였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 등 ‘중앙화 거래소(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고만 변경한다. 거래 속도, 수수료, 편의성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시스템 오류 등이 발생하면 실제 보유량과 장부상 수량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빗썸은 이미 장부상 수량과 실제 보유량 사이 차이가 밝혀진 바 잇다. 작년 말 빗썸은 장부상 수량보다 1.4% 더 많은 실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재무실사 결과를 공시한 바 있다. “지갑에 보관된 코인의 수량은 엄격한 회계관리를 통해 고객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 중”이라는 빗썸 측 해명이 힘을 잃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장부 거래 자체보다 빗썸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부거래는 다수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채택하는 방식인데, 빗썸에서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 지급 프로세스에 심대한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산 장부(DB)로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은행과 증권사 등 전통 금융기관에서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장부와 실제 보유량 일치 여부인 정합성이 핵심이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경우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실제 보유 중인 자산 내에서만 이벤트 지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자체적인 실시간 정합성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유지하고 있으며, 이벤트 진행 시 전용 계정을 통해 한도를 설정하는 안정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빗썸은 이와 같은 정합성 유지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은 최근 사태 이후 고객 자산 이동이나 리워드 지급 시 ‘2단계 이상의 결재’가 실행되도록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여러 단계의 거름망 없이 담당자의 입력으로만 리워드가 지급됐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보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을 뿐 장부거래 정합성 유지 체계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