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난 20년간 장기전세주택 효과 발표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 거주기간 평균 9년
퇴거자 8%가 ‘내 집 마련’ 성공하기도
[땅집고] “우리 가족은 장기전세 아파트에서 12년 동안 살다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서 2022년 9월 퇴거했습니다. 장기전세주택은 우리 가족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디딤돌이었어요.” (심모씨·서울시 장기전세주택 거주 후기)
지난 3일 서울시가 지난 20년 동안 ‘장기전세주택’을’을 확대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급해온 결과를 종합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입주자 보증금을10조원 줄이는 효과를 냈고, 거주 기간도 평균 9년 이상으로 긴 편이라 시민 주거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장기전세주택에 살던 입주자가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례도 전체의 8%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앞으로 새 장기전세주택 모델인 ‘미리내집’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2007년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은 보증금을 인근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하고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 정책이다. 2007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241개 단지에 총 3만7463가구를 공급했다. 현재 거주 세대를 포함한 누적 공급량은 4만3907가구로 집계됐다. 국비 지원 없이 100% 서울시 재정으로 공급한다.
이번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장기전세주택 평균 보증금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의 54% 정도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07년 입주자들은 현재 시세 대비 23% 수준 보증금으로 더 저렴하게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자들이 지난해 1년 얻은 보증금 절감 규모를 합산하면 총 10조원에 달한다.
일반 전세 아파트에 비해 거주 기간도 긴 편이다. 현재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세대의 평균 거주 기간이 9.92년으로, 일반 임대차계약의 최장 기간 4년(2년+2년)보다 2배 이상 길며, 전체의 56%(1만6735세대)가 10년 이상 거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입지 확보 측면에서도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인 역세권 단지가 전체의 45%(108개 단지)다. 한강과 가까운 단지는 61%(148개 단지)다. 나머지 133개 단지 역시 버스 정류장과 가깝거나 지하철역 1km 이내에 있는 등 입주자들이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전체 단지의 83%(201개 단지)는 반경 500m 이내에 초등학교가 있는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했던 시민들이 내 집 마련한 사례도 적지 않다. 퇴거 세대 1만4902가구 중 약 8% 수준인 1171가구가 자가를 마련해 이사했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9년 5개월이었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거주하면서 자산을 확보해 주택 매수에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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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새로운 장기전세주택 모델을 내놨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공급한 신혼부부 특화형 장기전세주택Ⅱ, 이른바 ‘미리내집’이다. 미리내집은 입주 후 자녀 1명 출산 시 소득·자산 기준과 관계없이 20년 거주를 보장한다. 만약 입주자가 2자녀 이상을 출산하는 경우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지금까지 총 2274가구를 공급했으며 올해 1월 말 기준 1018명이 입주를 마쳤다. 아파트 뿐 아니라 한옥, 일반주택형, 보증금 지원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공급 중이다.
서울시가 입주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리내집에서 태어난 자녀는 총 82명으로 집계됐으며 응답자의 84%가 “향후 가족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입주민들은 “우수한 주거 환경 덕분에 둘째를 계획하게 됐다”, “재계약 기준 완화가 출산 결심에 큰 영향을 줬다”는 등 반응도 보였다. 조사 결과를 고려해 서울시는 앞으로 미리내집 재계약 시 세대별 출산 현황을 정밀 파악해 정책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 첫 미리내집은 오는 4월 모집한다. 대출 규제와 전세가격 상승 추세를 고려해 ‘보증금 분할납부제’를 새롭게 도입한다. 입주시 보증금의 70%만 내고, 나머지 30%는 거주 기간 시중보다 낮은 이자만 지불하며 납부를 유예받는 방식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장기전세주택은 지난 20년간 무주택 시민의 든든한 주거 사다리이자 임대료 상승기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장기전세주택을 주거 안정과 저출생 극복을 동시에 견인하는 서울의 대표 공공주택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min0212s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