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관광·호텔 산업이 구조적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2027년 ‘연 3000만명’ 시대를 향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서울 호텔 객실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객실 점유율과 객실료가 동시에 오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태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K-컬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방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고,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인 방한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인바운드 관광 수요의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명으로 2024년(1637만명) 대비 15.7% 증가했다. 최근 10년 기준 연간 최대치다. 업계에선 한·일 관계 변수에 따른 ‘반사 수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광객 증가 속도는 단순한 ‘회복’을 넘어 구조적 성장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크리에이트립이 외국인 관광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향후 1년 내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최근 3년 내 3회 이상 방문한 ‘단골 관광객’ 비율도 45%에 달했다.
☞왕초보도 돈버는 경매 전략…땅집고옥션, 백발백중 투자법 제시
여행 목적도 진화하고 있다. 피부과(22%), 헤어숍(20%), 메이크업(19%) 등 뷰티·메디컬 수요가 강했고, 케이팝 댄스 수업(20%), 메이크업 레슨(18%), 한식 요리 수업(16%) 등 체험형 ‘디깅 관광’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단순 방문이 아니라 반복 방문과 체류 확대가 동반되는 구조다.
문제는 숙박 인프라다. 서울 관광호텔 객실 수는 2016~2019년 4만3271실에서 5만3564실로 연평균 7.3%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인 2019~2025년에는 5만4190실에서 5만6206실로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율이 3.7%로 크게 낮아졌다.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을 앞지르면 객실 점유율(OCC)이 상승하고, 남은 객실의 평균 일일요금(ADR)도 함께 오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김 연구원은 “호텔은 건축허가부터 준공까지 통상 5년가량 소요되는 만큼, 설령 신규 허가가 늘더라도 최소 2029년까지는 공급 부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단기간에 객실을 늘릴 수 없는 산업 특성상 최소 3~4년은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서울과 유사한 글로벌 도시 싱가포르를 사례로 들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이후 공급 부족과 여행 수요가 겹치며 럭셔리 호텔 객실료가 급등했다. 2019년 대비 2025년 싱가포르 럭셔리 호텔 ADR은 현지 통화 기준 43.1% 상승했고, 원화 환산 기준으로는 81.9% 올랐다.
김 연구원은 “싱가포르 수준의 가격 현실화가 진행될 경우 서울 호텔 역시 현재보다 최소 30% 이상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급이 제한적인 럭셔리 호텔의 가격 인상 폭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관광 수요는 늘고, 객실은 쉽게 늘지 않는다. 재방문과 체험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체류 기간까지 길어질 경우 호텔 업황은 단기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상승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관광객이 돌아오자 호텔 업계의 만성 구인난도 더욱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1월 26일 한 취업 사이트(잡코리아)에서 ‘서울 지역’ ‘정규직’으로 조건을 한정해 호텔·호스텔 채용 정보를 검색했더니 1748 건이 나왔다. 작년 5월(1168건)보다도 600건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 호텔업계는 원래도 만성 구인난에 시달려왔는데, 관광 수요가 회복하면서 더욱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