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불패 신화' 흔들
똘똘한 한 채 버리고 탈출 러시
4월 중순 '거래 마지노선'
[땅집고] 서울 부동산 시장의 '최후의 보루'로 통하며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강남권 핵심지가 흔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인 압구정동의 하락 폭이 두드러지면서 시장에서는 "강남 불패 신화가 끝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는 불과 두 달 사이에 수십억 하락한 거래가 포착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전용면적 183㎡가 128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장에 따르면 이달 초 같은 평형이 97억원과 98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매매가가 30억원 넘게 떨어진 셈이다.
현장의 호가는 이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층 매물이 91억 원대에 등장하며 사실상 전고점 대비 36억원 이상 빠진 가격에 시장에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평형을 가리지 않고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집주인들조차 예상치 못한 빠른 가격 하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똘똘한 한 채도 소용없다"… 보유세·양도세 압박에 매물 폭탄
압구정동은 초고가 자산가들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웬만한 하락기에도 가격을 낮추기보다 버티기에 들어가는 경향이 강했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이 기정사실화된 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급격히 가중되면서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상 추가 예정)
과거에는 시장 위기가 닥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지키기 위해 서울 외곽 지역의 부동산부터 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금 부담이 너무 커진 탓에 오히려 가장 비싼 고가 자산을 우선순위로 내놓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 기조를 우려한 고령의 소유주들이 "무작정 버티기보다 이참에 정리하자"며 매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정치적 상황과 환경적 요인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먼저 나오면서 시세를 끌어내리자, 불안감을 느낀 1주택자들까지 호가를 낮추며 전체 시세가 하향 평준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송파·서초까지 번진 하락세… 4월 중순이 마지막 탈출구
매물 적체 현상은 압구정을 넘어 이른바 '한강벨트'를 따라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연초 대비 약 9.3% 증가하며 6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송파구는 매물 증가율이 33.1%에 달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광진구(30.7%)와 성동구(29.4%), 서초구(23.3%)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들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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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의 랜드마크인 헬리오시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한 달 사이 매물이 514건에서 905건으로 무려 76%나 폭증했다. 전용 84㎡의 경우 직전 최고가 대비 7억6000만 원이나 하락한 23억82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증여성 거래였지만 일반 매수 대기자들은 가격이 더 빠질 것이라 판단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개포동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역시 당초 37억원에 나왔던 매물이 하루 만에 두 차례나 가격을 낮춰 36억원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과 현장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3~4월이 향후 서울 집값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받기 위한 최종 마지노선이 5월 9일이기 때문이다. 구청의 토지거래계약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4월 중순이 거래의 마지막 데드라인이다. 이 시기까지 절세 매물을 정리하려는 매도자와 더 낮은 가격을 기대하는 매수자 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지며 시장의 향방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