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투자한 사극영화, 흥행 가도…1000만 관객 예약
2012년 출범함 문화콘텐츠금융부, 매년 수백억원 투자
[땅집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20일만인 지난 23일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현재도 꾸준히 관객이 증가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1000만 관객 동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영화는 조선 6대 국왕 단종의 유배기를 다루는 사극 영화다. 사극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보다 9일 빠르고, 1200만 관객을 기록한 ‘광해’와 비슷한 페이스다.
왕사남의 흥행으로 기업은행의 영화 투자 이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영화 중 무려 11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한 ‘극한직업’은 1626만명으로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랐는데, 7억9000여만원을 투자해 3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약 10억원을 투자해 129%의 수익률을 기록한 2024년 개봉작 ‘파묘’는 119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업은행이 영화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배경에는 2012년 출범한 문화콘텐츠금융부가 있다. 은행권최초의 문화콘텐츠투자 전담부서다. 기업은행은 작품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먼저 감독, 배우가 사회문제 전력이 있는지, 소재가 정치적이거나 종교적, 선정적인지 우선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수백억원의 금액을 문화콘텐츠산업에 투자한다. 2023년 312억원, 2024년 408억원, 2025년 549억원 등 매년 증가했다. 누적 투자액은 약 3600억원에 달하고, 올해도 5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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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투자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전용 대출도 운영한다. 영화,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산업, 공연 및 음악, 디지털콘텐츠, 출판, 만화 등 총 8개 분야를 대상으로 수천억원의 기금을 마련한 바 있다. 현재까지 누적공급된 대출금액은 약 7조원을 넘겼다.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에 대한 믿음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기업은행 영화 투자 체크리스트’가 돌아다닐 정도다. 네티즌들은 감독의 연령 조건에 대해 “60세 이상이면 감독의 권위가 강해서 스태프나 배우들이 문제 있는 부분을 지적할 수 없게 된다”, “60세 이상 감독이면 독창성, 신선함 측면에서도 다소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까다로운 영화 선택을 전제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간 기업은행의 투자비법”이라며 이 체크리스트를 일종의 ‘흥행 영화’의 공식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은행도 아닌 국책은행이 나이 든 감독을 꼰대 취급해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은행 본업에 있어서는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기업은행 직원의 부당대출 사고가 대표적이다. 총 전·현직 직원 20여명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사고다.
기업은행을 퇴직한 직원이 현직 직원인 배우자, 동기들과 공모해 7년간 785억원의 부당 대출을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또 지점 팀장이 퇴직 직원의 요청을 받고 자금 용도, 대출 증빙에 대한 확인 없이 70억원을 내준 사례도 확인됐다.
부당대출 사고 적발 1년이 지났지만, 징계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부당대출 사건 연루로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6명에 그쳤다. 5명은 면직, 1명은 정직 처분으로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기업은행이 후속 조치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