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요양시장, 개인→대기업 주도 재편
“돈 더 내고 대기업이 지은 요양원에 모실래요”
전문가 “고려장 시대 막 내렸다”
대기업·100인실·수도권 ‘주목’
[땅집고] 개인 사업자 중심이던 국내 요양 시장이 일본처럼 자본을 갖춘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융업계가 앞다퉈 욕실·세면대를 갖춘 1인실을 갖춘 요양시설을 하나 둘 선보이고 있는데, 이런 시설이 더욱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요양원을 운영하려면 부지를 사야 한다. 높은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4인실을 대거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사생활 침해 등 여러 단점이 있었다.
김덕현 전 KB골든라이프케어 본부장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1인실 요양원은 어르신은 물론이고, 보호자 만족도가 높아 수요가 꾸준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기업들이 수익성 개선 방안까지 확보한 만큼,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했다.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7기)’을 다음달 4일 개강한다. 시니어 타운 설계 방법과 일본 시니어 주거 시설 및 정책 등을 실무 중심으로 폭넓게 다룬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요양 사업에 대기업 진출이 활발한가.
“그렇다. 금융권이 대표적이다. KB를 선두로 신한, 하나 등이 뛰어들고 있다. 종근당과 대웅그룹 등 제약업계 진출도 활발한데, 안마의자 브랜드 등 컨설팅 문의도 있었다. 5060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둔 기업들은 한번씩 이 시장 진출을 고민하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수익성 개선 방안을 확보하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 초고령화 시대다. 요양 수요 증가로 인해 요양 시설 수익성이 좋아진 건가.
“그건 아니다. 요양시설은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겉으로 볼 때는 기숙사·원룸과 비슷한 환경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이다. 조건을 충족한 어르신이 나타날 때 까지 해당 공간을 비워둬야 한다. 치매 등 인지장애 여부와 중증도, 성별을 모두 고려해서 방을 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치매어르신 여성 3명이 지내는 방에는 여성 치매 어르신만 입주가 가능해 한다. 4인실이지만, 1개 병상이 비면 손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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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성 개선 방안이 뭔가.
“상급병상 이용료를 높이는 것이다. 상급병상 이용료는 입소자 보호자에게 1인실 이용료를 추가로 받는 금액이다. 예로부터 (관련 법에 따라) 4인실 요양원에서 임종이 임박하거나 증상이 심해질 경우에 대비해 이 공간을 만들어뒀던 공간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하이엔드 요양원 수요 증가와 일본처럼 1인실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 공간을 늘리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 이용료가 오르면 수요가 줄지 않을까.
“아니다. 시대를 거치면서 치매 어르신이라도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기조가 형성된 지 오래다. 또한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부모님을 좋은 곳에서 모시겠다는 보호자들도 많다. 기존 4인실의 경우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1인실로 만들면서 이러한 문제점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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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는 어떻게 시작했나.
“가장 먼저 한 곳은 KB다. 위례에서 이 공간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1,2,4인실을 만들어 상급침실 이용료를 더 받았는데 수요가 많았다고 한다. 최근 문 연 광교, 강동, 은평은 모두 1인실만 있다. 신한이 지은 미사 쏠라체도 1인실만 있다.”
- 상급침실 이용료를 높이는 데 부작용은 없나.
“어떤 방안이든 부작용이 따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급침실이용료로 직접적인 부작용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금액으로 책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요양사업 수익성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급침실 이용료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요양시설의 경우 건축 설계를 잘못하면 요양보호사 등 인력을 추가로 뽑아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일반 아파트에서는 커뮤니티를 크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요양시설에서는 각 층에 배치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요양보호사 동선이 짧아야 어르신에게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입지도 따져야 한다. 간혹 어르신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요양원 사업 의뢰가 들어오는데, 1인실 고급 요양원을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장기요양보험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기요양보험 신청자와 인정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였다. 각 29만명, 23만명이었다. 2위는 서울이었다. 신청자 19만명, 인정자 15만 명이었다. 일단 수요가 있는 곳을 두드려야 한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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