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 한강버스는 양반이죠, 박원순 시장의 ‘벼농사 버스’를 보면…”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보인 수상교통수단 ‘한강버스’. 새 교통 인프라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강버스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과거 서울 도심에 별안간 등장했던 ‘벼농사 버스’보다는 훨씬 낫지 않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벼농사 버스’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집권 시기인 2012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 처음으로 생겨났다. 흔히 볼 수 있는 버스 꼭대기 위에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이 곳에서 시민들이 모내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모종을 심어둔 형태다. 공식적인 명칭은 ‘버스 루프 가든’. 당시 서울시가 제 1회 도시농업박람회를 개최하며, 국내 최초로 버스 지붕 위에 벼를 심어 전시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굳이 도심 곳곳을 순환하는 버스 머리 위에 벼 농사를 지어야 하냐, 무슨 감성인지 모르겠다”, “저러다 다른 자동차와 충돌이라도 하면 벼 이삭이며 흙이며 떨어지면서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 “매연 먹고 자란 벼를 누가 밥으로 지어 먹겠느냐”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머리 위에 벼 재배 틀을 얹은 이 버스가 실제로 서울 도심을 운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광장에 고정 설치된 임시 조형물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도시농업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어둔 것. 도심 인프라를 철거하는 재건축·재개발 대신 ‘고쳐 쓰는’ 형태의 도시재생사업을 지향한 박 전 시장 기조를 고려하면, 당시 서울시가 도심에 텃밭을 만들어 농업 문화를 부활시키고 녹지를 확보하는 효과를 내고 싶어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버스 루프 가든이 도시농업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저변 확대에 기여하길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비슷한 형태의 버스가 실제로 운행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3년 스페인 동북부인 히로나(Girona)시에서 ‘피토키네틱’(Phytokinetic)이라는 이름의 텃밭버스를 선보인 것. 조경 디자이너 마크 그라넨이 개발한 이 텃밭버스는 버스 지붕 위에 정원을 설치해 도시 미관을 살리면서,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를 냈다고 전해진다. 버스 뿐 아니라 화물차 지붕 위에도 텃밭을 설치했더니 자동차 실내 온도가 평균 3.5도 낮아지면서 에어콘 가동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차원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벼농사 버스’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시도를 칭찬하는 댓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분위기다. 이 모델이 정말 서울시 환경에 도움이 됐거나 운전자들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다면 널리 보급됐을텐데, 현재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12년 태풍 산바가 북상하면서 광화문 일대에 배치했던 벼 화분을 서울시 관계자들이 일제히 옮기는 사진이 퍼지면서 비난 목소리가 더해진다. 이에 대해 “전형적인 전시행정”, “도시농업을 고집한 박원순 시장 때문에 괜히 공무원들만 고생했던 것 아니냐”는 댓글이 눈에 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