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순식간에 4억 쑥…50년 된 청량리 아파트 재건축 질주 [르포]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02.21 06:00

청량리 미주, ‘패스트트랙’ 밟는다
정비계획 전면 “재검토”
동북권 주거지 재편 신호탄

[땅집고]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 미주아파트' 단지 내부 모습. 지난 4일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조합설립가를 받았다. /강시온 기자


[땅집고]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3번 출구를 나서자 대로변 건너편으로 백화점과 고층 주상복합, 낮은 상가들이 뒤섞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평일 낮 도로변은 차들로 북적였고 청량리역에서부터 롯데백화점으로 가는 발길도 많았다. 도로변을 따라 도보로 3분정도 걷자 청량리 미주아파트 입구가 멀리서부터 보였다. 입구에는 ‘청량리미주아파트 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한다’는 건설사들의 플랜카드가 단지 곳곳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235-1번지 일대. 1978년 준공된 8개동, 총 1089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다. 준공 50년에 육박한 노후 단지인 만큼 아파트 동 입구 외관부터 노후 단지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단지 곳곳마다 외벽 도색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주차 공간도 부족해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부 도로 양옆으로 차량이 다수 주차되어 있었다.

[땅집고]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 미주아파트' 단지 내 3동 입구 모습. 1978년 준공된 해당 아파트는 이제 재건축을 '코 앞'에 두고 있다. /강시온 기자


이곳은 지난 4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며 재건축 본궤도에 올랐다. 2024년 10월,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미주아파트에서만 28년을 거주했다는 한 모(68)씨는 “엘리베이터나 배관 같은 시설이 워낙 오래돼 생활 불편이 컸다”며 “이제야 재건축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기대가 크지만, 분담금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성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에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량리역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청량리 일대 개발 기대감이 커 재건축 추진 자체는 호재지만, 향후 분담금 규모와 일반분양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조합 설립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조에 미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정비계획 전면 재검토”라는 이례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 “지금 정비계획은 쓸 수 없다”…180도 수정 예고

기존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이 곳 미주아파트는 최고 35층, 1370가구 대단지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김춘경 청랑리미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비계획안은 사용할 수도, 사용할 필요도 없는 정비계획안”이라며, “기존 정비계획안을 보는건 의미 없을 정도로 180도 바뀔 예정”이라고 했다.

조합은 기존 서울시에서 진행하던 신속통합기획이 아닌 ‘패스트트랙’을 협의 중인 상황. 정비계획을 통째로 다시 짜는 것과 동시에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식으로 재건축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김 조합장은 “패스트트랙을 시행할 경우, 사업 속도가 기존 계획안보다 약 1.3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며 “현재 서울시, 동대문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했다. 현재 아파트 주민 동의율은 전체 1089가구 중 943가구가 동의해 약 86%를 확보했다.

미주아파트 부지는 1978년 준공 당시 상업지구였으나, 1996년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됐고 2002년에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미주아파트가 재건축 될 경우 순수 주거용 아파트로 재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상업과 준주거 주상복합과는 가격 구조가 다른 만큼, 용도 상향 여부는 사업성의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김 조합장은 “주거지역 아파트와 상업 혹은 준주거 아파트 주상복합은 거주용 커뮤니티 시설에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며, “주민들의 삶의 질도 달라질 뿐더러 시간이 흘렀을 때 가격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경매 초보도 돈버는AI 퀀트 나왔다…땅집고옥션, 백발백중 투자법 제시

◇ 최대 난제였던…20m 사유지 도로 정리 수순

이 단지의 최대 난제는 단지 1~4동과 5~8동을 가로지르는 폭 20m의 도시계획시설 도로, 이른바 ‘약령시로’였다. 도로가 사유지로 남아 있어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사업 추진이 매끄럽지 않았다.

[땅집고] 청량리미주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배치도. /서울시


그러나 최근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서울시는 “해당 도로는 조합 입장에서 필수시설이 아니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조합 역시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조합원 측은 가운데 도로를 사업계획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서울시와 협의 중에 있다. 도로 문제가 정리되면 구획부터 동 배치, 용적률까지 재설계가 가능할 전망이다.

◇ 9억5000만원 → 13억, 한 달 새 14억5000만원 매물까지

실거래가도 요동치고 있다. 전용 101㎡는 재작년 7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30일에는 13억원에 손바뀜했다. 불과 1년 반여 만에 4억원 이상 뛴 셈이다. 현재 시장에는 14억5000만원 매물까지 등장했다. 청량리역 인근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다만 “실거래가가 한두 건에 따라 크게 움직이는 구간이라 추격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비계획 변경안의 구체적인 용적률과 종상향 방향이 나와야 가격도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주아파트 근방 입지는 탄탄하다. 지하철1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청량리역 도보권, 인근의 서울시립대학교, 경희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대학가와 생활 인프라가 밀집해 있다. 역 부근에는 롯데백화점과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등 상권과도 가깝다. /kso@chosun.com



화제의 뉴스

"85%는 1주택자…다주택자 겨냥한 규제 폭탄은 현실 모르는 것"
'영끌의 주역' 월급쟁이부자들, 106만 수강생에 부동산 중개까지
순식간에 4억 쑥…50년 된 청량리 아파트 재건축 질주 [르포]
또 보물산? 선거철 되니 20년 재탕 공약 또 나왔다…대체 뭐길래
목동3단지 재건축 설계 경쟁 본격화…디에이건축, 하이엔드 설계 구상

오늘의 땅집GO

"85%는 1주택자…다주택자 겨냥한 규제 폭탄은 현실 모르는 것"
순식간에 4억 쑥…50년 된 청량리 아파트 재건축 질주 [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