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찬 KPMG 상무 “시니어 하우징은 부동산이 아니라 운영 사업”
‘규모의 경제’ 못 갖추면 사업성 안 나와
[땅집고]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시니어 주거는 더 이상 복지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나 고령친화 주거라는 간판 뒤에 숨은 사업 구조는 여전히 복잡하고, 수익성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강경찬 삼정KPMG 부동산자문본부 상무는 시니어 주거를 “부동산 상품이 아니라 운영 비즈니스”라고 규정한다. 단순 분양 논리로 접근하는 순간 실패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노인복지주택과 시니어 하우징으로 눈을 돌리는 디벨로퍼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을 단순한 ‘대체 분양 상품’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강경찬 상무는 9일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시니어 주거는 분양이 아니라 철저한 운영 상품”이라며 “수익성의 성패는 착공 이후가 아니라 상품 기획 단계, 가장 앞단에서 이미 갈린다”고 말했다.
강 상무는 2019년 이후 수없이 많은 국내 시니어 주거 프로젝트 사업성을 검토했다. 최근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VL르웨스트, 용산구 한남동 소요한남 초기 기획 단계에 참여했다. 그는 “최근 건설·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오히려 시니어 하우징 컨설팅 문의는 더 늘고 있다”며 “단일 시설에서 이익을 내겠다는 발상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강 상무는 다음달 개강하는 땅집고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7기 과정에서 ▲시니어주거 개발 사업성 검토의 이해 ▲투자, 운영, M&A 등을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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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상무는 많은 시니어 주거 사업이 출발부터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노인복지주택으로 전환되는 부지는 애초에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이 어려운 땅”이라며 “토지가격이 낮고 분양이 안 된 이력이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업장에서도 여전히 분양 상품의 논리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그는 “임대형 운영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분양 논리를 끼워 넣으면서 변수들이 생기고, 결국 입주민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시니어 주거에서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0~200가구 규모로는 퀄리티 있는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호텔도 최소 250실 이상이 돼야 운영 효율이 나오는데, 시니어 주거는 그보다 더 커서 400~500실은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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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경쟁력의 핵심으로는 인건비 관리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꼽았다. 강 상무는 “시니어 주거는 의료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대응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직원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센서 기반 모니터링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초기 하드웨어 단계부터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초기 투자비는 들지만 인건비를 줄이고 운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대시설 구성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유명 실버타운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부대시설”이라며 “임대형 상품에서는 개별 유닛보다 커뮤니티 시설의 질이 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크기만 한 시설은 인건비 부담만 키운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이 외부와 단절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서관 개방 등 자연스러운 교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강 상무는 “1호점을 직영해야만 2호점부터 위탁 운영이 가능한 현행 규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노인복지주택을 사용권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증금 총액을 건설원가의 80%로 제한한 규정에 대해서는 “개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며 “개발 단계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관리하고, 운영 단계에서 리스크 대비 적립 구조를 갖추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