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대치, ‘광진구 남쪽’이 뜬다] ①
수능만점자 2년 연속 배출
입시제도가 바꾼 학원-학교 지각 변동
[땅집고] 대입 구조가 ‘수능 한 방’에서 벗어나 학교생활 전반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동쪽 끝 광진구 ‘광남학군’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 선호도의 변화라기보다, 입시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바뀐 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자, 이른바 ‘탈대치’를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든 옮기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구열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돼야 하고, 내신 관리를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지나치게 과밀하지 않은 환경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입시에 유리한 ‘균형 잡힌 일반고 학군’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광남고 수능 만점자 배출의 의미
이런 변화의 상징적 사례가 광남고입니다. 202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광남고는 전국 공립 일반고 최초로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했습니다. 이는 광남학군이 더 이상 ‘조용한 동네 일반고’가 아니라, 탈대치 흐름 속에서 실질적인 대안 학군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줍니다.
수능 만점자 왕정건 군이 광남고를 선택한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강남 3구나 특목·자사고를 택하지 않고, 통학 거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수험 생활에서 컨디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학교에 다니며 느낀 점으로는 수업의 질, 자습 환경, 동아리, 진로 프로그램까지 전반적인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다고 말합니다. 왕 군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업 시간에 자지만 않으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학교”라며, “학교 수업만으로도 내신과 수능을 함께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례는 이제 학교 선택의 기준이 ‘간판’이 아니라 ‘실제 교육력과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시니어타운 개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올인원 실무 과정’ 신청하기>>
◇내신 관건이 된 입시… 일반고의 재평가
2025년 이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함께, 내신 평가 체계는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었습니다. 1등급 비율은 4%에서 10%로 확대됐고, 정시에서도 내신과 학교 활동 반영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소수의 ‘수능 최강자’보다, 안정적으로 상위권 내신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과거 특목·자사고는 교육 밀도는 높았지만, 치열한 내신 경쟁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학급 규모, 교과 개설의 폭, 교사의 내신 평가 역량, 학생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어디에서 3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를 고민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경쟁 왜곡이 적고 학교 수업과 자율학습 시스템이 안정된 일반고 학군이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2028 대입 개편, ‘육각형 학생’ 시대
2028년 대입 개편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문·이과 통합과 전 과목 균형 평가입니다.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모두 선택 과목 없이 동일한 과목 체계로 평가받게 되면서,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완화・감소됩니다. 이는 특정 과목에만 올인하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국어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을, 수학은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탐구 영역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응시하게 됩니다.
또한 5등급제 도입으로 표면적인 경쟁은 완화됐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분포가 낮아지며 평균 점수가 하락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즉, 내신이 쉬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력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며 학교 수업의 질이 결과를 좌우하게 됩니다.
여기에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등 비교과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이제 입시는 단순히 성적표가 아니라, 학교가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지원하는가의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닥치고 수학’의 종말과 학원가 변화
이러한 제도 변화는 사교육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재원→영재학교·과고→의대라는 경로가 최상위권의 정석처럼 여겨졌고, 수학·과학 선행이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지원 페널티 강화, 특목·자사고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이 경로의 매력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누적테스트(누테)’ 중심 학원입니다. 이는 과도한 속진 대신, 시즌별 학습 누적과 내신 대비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일반고 진학 후 상위권 내신을 목표로 합니다. 대치동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목동으로도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학부모 수요가 실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어의 재부상과 학원 시장 재편
전과목 균형 평가가 강화되면서 영어의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절대평가 이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아졌던 영어가 다시 주요 변별 과목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치동을 중심으로 문법 중심의 내신·수능 연계 영어 교육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학교별 출제 경향에 맞춘 맞춤형 내신 영어 학원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영어 내신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학교별 특성에 맞춘 내신 대응 학원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영어 내신은 학교별로 출제 스타일과 난이도가 모두 달라 개별화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유명 강사 한 명 수업을 여러 학생이 듣는 방식보다는 각 학교별 내신에 맞춘 맞춤형 학원이 강세를 보이는 추세입니다.
◇초등 수학: 사고력에서 ‘누적 관리’로
초등 수학 시장은 현재 사고력·선행·심화·영재교육으로 세분화돼 있습니다. 대치동을 중심으로는 황소, 쏘마, CMS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특히 ‘생각하는 황소’는 대치동에서 10년 이상 입학 테스트 경쟁률과 상위권 진학 실적 면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목동에도 황소가 진입하면서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직 대치동만큼의 절대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존 쏘마·CMS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며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는 중입니다.
최근 가장 주목할 변화는 초등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를 아우르는 ‘누적 테스트 프로그램’의 등장입니다. 이는 단순한 사고력 강화나 조기 선행과는 결이 다릅니다. 고교 내신과 입시 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고, 학습 내용을 단계적으로 누적·관리하며 중등 이후 내신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접근입니다. 다시 말해, 초등 수학 교육 초점이 ‘얼마나 앞서 가느냐’에서 ‘중등·고등까지 이어질 학습 기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쌓느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등 수학·과학: 진로별 분화와 과학 수요의 급감
중등 단계에 들어서면 학습 선택은 더욱 명확하게 갈립니다. 목동 기준으로 볼 때, 영재학교·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CMS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는 CMS가 해당 입시에 특화된 커리큘럼과 축적된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반 중학생은 특정 학원으로 쏠리기보다는, 자신의 수준과 학습 속도에 맞는 다양한 수학 전문 학원으로 분산되는 추세입니다. ‘최상위 루트’보다 일반고 진학 이후 내신 관리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과학 과목 수요의 급격한 감소입니다. 2028년 입시 제도 개편으로 과학탐구 선택 비율이 줄어들면서 과학 학원 수요 역시 빠르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수학·과학 중심 사교육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하며, 학원들 역시 이에 맞춰 커리큘럼과 운영 전략을 수정하는 상황입니다.
◇고등: 내신과 수능의 명확한 분리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학년별로 학습 전략이 뚜렷하게 나뉩니다. 고1~2학년은 내신 중심, 고3은 수능 중심이라는 분업 구조가 확고해졌습니다. 고1~2에서는 내신 비중 확대에 따라 대형 전문 학원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목동 기준으로 학년당 500~1000명 규모의 내신 전문 학원이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3이 되면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이 시기에는 수능 고득점을 목표로 한 전문 학원이 다시 중심에 서며, 시대인재와 같은 브랜드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시대인재는 유명 강사진과 컨설턴트 영입을 통해 상위권 수험생을 흡수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5등급제 도입으로 내신 1등급 비율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은 체감상 경쟁이 완화됐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반적인 학업 수준 하락으로 평균 점수가 낮아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완화된 경쟁’이 곧 ‘쉬운 입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대치동 고등 학원가에서는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소규모 팀 수업(맞춤형 관리)이 인기를 끌고 있고, 중상위권 학생들은 대형 단과학원과 내신 전문 학원을 병행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학생의 수준과 목표에 따라 선호하는 학원 형태가 뚜렷하게 갈리는 것도 이 시기의 특징입니다.
◇관리형 강사와 관리형 공간의 시대
2028년 입시 제도 개편과 함께 강사 시장에도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뛰어난 콘텐츠와 강의 실력이 최우선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학생 관리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학원가에서 학생들 학습 태도 변화와 학부모들 요구 사항 변화에 기인합니다.
예전에는 강사가 어려운 문제를 많이 제공하면 학생들이 알아서 소화하거나 필요한 것만 선별했지만, 현재는 많은 자료를 제공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며 학원을 그만두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끝나면 학부모에게 항의가 오기도 한다”면서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지 관리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티처스 같은 온라인을 통한 강사 브랜딩이 활발해지면서, 수업 연구보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강사들은 “나는 학생들 편이다” “진심으로 교육에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온라인 브랜딩이 실제 수업 실력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리 중심 패러다임 변화는 스터디 카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기존 스터디 카페와 달리, 학습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리형 스터디 카페 인기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학 기간에는 전 좌석이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체계적인 학습 관리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이런 관리형 스터디 카페는 개별 학습 진도 관리, 출입 시간 체크, 학습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광남 학군의 부상, 우연이 아니다
광남 학군의 부상과 탈대치 현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2028 대입 개편을 중심으로 한 교육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앞으로 입시 전략은 더 이상 특정 학교나 특정 학원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의 수준·학교의 시스템·관리 역량이 어떻게 맞물리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광남고 사례는 그 변화 방향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은 대치·목동·중계동 등 학군지 교육 전문가, 강사 그리고 학부모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온 지 10년인데 그 사이에 교육의 변화는 정말 여러 번 크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입시 시장에서 기민하게 움직이시고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고 학생들이 내신과 세특 등 활동 사항까지 잘 관리하면서 입시에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해졌습니다. /글=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정리=김나영 기자
※월천재테크 이주현 박사(필명: 월천대사)는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의 저자이자, 언론사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며 각종 재테크쇼와 강연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풍부한 현장 투자 경험과 학문적 전문성을 겸비한 부동산·재테크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