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붐이 키우는 새로운 리스크
닷컴버블 땐 버텼지만 지금은 ‘AI 종속’
[땅집고]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기술 산업의 변동성에 비교적 둔감한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주식 시장이 급락해도 오피스와 아파트, 물류센터 가치는 완만한 흐름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이 공식 자체를 흔들고 있다. 기술 산업의 성장과 침체가 이제는 부동산 투자 성과를 직접 좌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의 분석은 충격적이다. 지금의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은 끝물은커녕 이제 막 초입 단계(early stages)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AI 확산과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데이터 처리 인프라 투자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앞으로 5년 동안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3조달러(약 4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북미 지역에서만 약 1조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오라클, 메타, 코어위브와 같은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이 앞다퉈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이들 6개 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액은 지난해 4000억달러에서 올해 5000억달러, 내년에는 6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 온 기존 부동산 사이클과는 결이 다른 장기 상승 국면이라는 평가다. 수요가 몰리니 몸값도 천정부지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버지니아의 데이터 센터 임대료는 1년 새 킬로와트(kW)당 110~150달러에서 130~190달러로 훌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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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그동안 부동산은 기술주가 폭락해도 견디는 대체 안전 자산이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로 나스닥이 80% 폭락했을 때도 상업용 부동산은 끄떡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 1위(11.2%)를 기록한 데이터센터에 자금이 쏠리면서, 부동산의 운명이 AI 산업과 한 몸이 돼버렸다. 상장 부동산 회사들은 오피스 투자를 줄이고 데이터 센터 투자를 15%나 늘렸고, 사모펀드 응답자의 95%가 데이터 센터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만약 지금 제기되는 AI 거품론이 현실화된다면, 부동산 시장 역시 과거와 달리 피할 곳이 없다는 뜻이다.
운용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데이터 센터는 용도가 극히 제한적이라 임차인이 나가면 다른 용도로 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계약 조건도 까다롭다. 정해진 날짜에 준공을 못 하거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전력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임대 계약 파기는 물론 막대한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 안정적인 운영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데이터 센터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성배지만, 동시에 관리를 못 하면 '독'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낙관과 함께 전통적인 부동산 자산과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글=한미글로벌 제공, 정리=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