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40% 저렴한 4.5만 가구 자가로 전환
매입형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소식에
“임차인 나가세요” 집주인 늘어난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하던 30대 이모씨 부부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임대사업자 기간이 끝나면 집을 팔아야 할 것 같다.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계속 세 놓던 집주인이 갑자기 돌변했다”며 “서울에 마땅한 집이 없어 경기도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매입형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시장에서는 임차인의 주거비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됐다. 나아가 해당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서울 전월세 공급량이 더욱 줄어 임대료 시세 상승으로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 “서울만 4.5만 가구”…세입자는 어디로?
이 대통령은 10일 새벽 X(옛 트위터)에 ‘“우린 원룸 공급자인데 왜 때리나”… 대통령 발언에 임대사업자들 술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기사 본문에 ‘(매입임대 주택 중)아파트는 16%(10만7732호)에 그치고, 이 중 4만2500호 정도가 서울에 있다’고 쓰여있네요”라고 적었다. 이어 등록임대주택의 다주택 양도세를 중과할 경우 일정한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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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정부의 오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 매매 매물이 쏟아지면 일시적으로 매물 증가로 인한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입자의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입자의 거처도 문제가 된다. 우선 4만여 가구가 시장에 매매 매물로 나오려면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사실상 ‘임차인 내쫓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정부는 세입자 피해를 줄이겠다며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양도할 때는 실거주 의무를 최대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만약 4만여 가구 전원이 주택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부작용이 생긴다. 주거비 상승이 대표적이다. 임대사업자 보유 매물은 임대료 상한선(5%)을 적용받아 시세보다 저렴하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등록임대주택의 전세 보증금은 미등록임대주택보다 45% 정도 저렴했다.
3년 간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두 주택의 전세 보증금 시세 차액 역시 더욱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12월 5억4382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거래금액은 지난해 12월 6억4460만원으로 18% 상승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은 “등록임대주택은 시세보다 싸고 장기간 거주 가능해 임차인 주거안정 효과가 크다”며 “서울 요지에 공공임대처럼 장기 거주가 가능한 민간 아파트 임대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했다.
◇ 전문가 “시장 공급량 감소, 가격 상승 요인”
동시에 임대 시장 위축이 예상된다는 잿빛 전망도 나온다. 공급량이 줄면 시장 가격은 오른다. 서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전월세 매물이 대폭 줄었는데, 여기서 더욱 쪼그라들 처지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9642건으로 지난달 22일(4만2870건) 대비 7.6%(3228건) 줄었다. 전세와 월세가 각 7.2%(1579건), 8.0%(1649건) 감소했다.
필명 ‘빠숑’을 쓰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시장가격을 내리려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반대로 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 文이 도입한 ‘주임사’ 취지는 좋았는데
논란의 중심에 선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의 당초 목적은 안정적으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민간이 임대주택을 등록하고 임대료 인상 제한(연 5% 이내)과 의무 임대 기간(8~10년)을 준수하는 대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부동산 가격 상승 부추겼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도입 3년 만인 2020년 아파트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하고 단기 임대를 자동 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임대사업자의 자동 말소 매물이 늘어날 전망이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