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옆 폐건물 ‘두산연수원’
총 사업비 4500억원에 호텔·리조트 개발 재추진
‘신라스테이’ 들어설 전망
[땅집고]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인근 의암호 주변을 걷다 보면,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시뻘건 철근이 뼈대처럼 드러난 채 9년째 멈춰 서 있는 초대형 건물이 보인다. 벽도 없이 기둥과 바닥만 덩그러니 남은 이 곳은 두산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두산 춘천연수원(DLI)’ 현장이다. 공정률 30%에서 멈춘 공사는 햇수로 9년째다. 춘천의 대표 관광벨트 한복판에 거대한 ‘미완공 건물’이 흉물로 남은 셈이다. 리조트를 부수고 연수원을 지으려다 실패했는데, 최근 다시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서기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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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4500억원 들여 두산 연수원 폐건물 치운다
춘천시는 지난해 삼천동 262-1번지 일원 5만2731㎡ 부지에 호텔과 리조트를 조성하는 방안을 밝히면 사업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계획안에 따르면 지상 15층, 218호실 규모 리조트와 200실 규모 10층 호텔,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홀 등을 갖춘 복합 관광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4500억원에 달한다.
케이리츠투자운용과 상상인증권은 두산에너빌리티와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케이리츠투자운용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주식회사 케이알춘천복합리조트개발’을 설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부지를 SPC에 매각하고 투자자로도 참여할 계획이다. 호텔 운영사로는 호텔신라가 유력하게 거론되며,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춘천 레고랜드도 기대치보다 실적이 훨씬 부진하다”며 “춘천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자금난으로 좌초되는 경우가 많아 마냥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두산, 그룹 연수원 짓겠다더니 9년째 방치한 땅
이 부지는 현재 레고랜드 인근 의암호 주변을 지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미완공 건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곳엔 춘천 대표 숙박시설이었던 ‘라데나리조트’가 있었다. 의암호와 삼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권을 갖춘데다 컨벤션 시설까지 갖췄다. 기업 행사와 학술대회가 줄을 이었고, 야외 수영장과 사우나, 식당, 바비큐장까지 갖춘 종합 리조트였다. 도심 내 100실 이상 숙박시설이 사실상 이곳뿐이어서 지역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2014년 두산그룹은 라데나리조트를 철거하고 그룹 연수원 ‘DLI 춘천’을 짓기로 결정했다. 서울 연수원의 연간 수용 인원이 2만~3만명 수준에 그쳐 확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착공식에는 박용만 전 회장과 박정원 회장 등 그룹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지하 2층~지상 5층, 300실 객실과 400명을 수용하는 컨벤션 공간을 갖춘 대규모 연수원으로 2018년 준공이 목표였다. 공사비만 1266억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공사는 순탄치 않았다. 2017년 이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2022년 4층 콘크리트 타설을 마친 상태에서 두산이 자금난 등으로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그렇게 남은 것이 지금의 골조다. 춘천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다섯 차례 이상 공사 재개를 촉구했지만 건물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