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비아파트 구분 없는 마녀사냥
전세 사기로 고사 직전인 빌라·오피스텔만 더 죽나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이어 임대사업자 제도를 문제 제기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대통령 발언의 문제의식과 현재 제도, 그리고 실제 시장 반응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매입임대는 이미 6년 전 폐지된 상태로 현재 남은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 시장마저 위축시킬 경우 전세 대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 사람이 수백 채씩 집을 사 모으도록 허용하면 수만 채 집을 지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건설임대가 아닌 매입임대를 계속 허용할지 의견을 묻는다”고 밝혔다. 임대사업자 등록만으로 기존 주택을 대거 매입하는 구조가 주택 공급을 왜곡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임대사업자 등록만으로 기존 주택을 대거 매입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엄격한 의무가 발생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의무임대기간을 지켜야 하며 임대차 계약 갱신 또는 재계약 시 임대료(보증금 및 월세)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 주택의 전월세는 시세대비 30~40% 저렴한 경우도 많다. 현재 임대사업의 대상이 되는 빌라 오피스텔은 사실상 임대사업자 외에는 구입할 이유가 없는 주택이다. 재개발 대상이 아닌한 비아파트는 시세 자체가 오르지 않아 자가보유보다는 임대로 사는 주택으로 굳어져 있다. 이들 주택은 은퇴자 등이 주로 월세 임대를 노리고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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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등록임대 활성화를 위해 매입임대를 허용했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매입임대사업자들이 집값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아 2020년 아파트의 매입임대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비아파트 단기 임대(4년)을 폐지했다. 그러나 매입임대주택 폐지이후 다세대 다가구 주택공급이 급감하고 전월세 사기극이 판을 쳤다. 저금리로 돈이 풀리면서 집값은 더 폭등하고 전월세 대란까지 발생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을 이유로 비아파트에 한해 6년짜리 임대사업자를 부활시켰다. 이미 등록 중인 매입임대 아파트들도 임대의무 기간 종료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 등록이 말소되는 중이다.
현재 신규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주택 유형은 다세대·연립·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한정된다. 아파트를 소유해 임대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임대사업이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빌라 공급에 크게 기여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비아파트 부문은 전세 사기 피해 확산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건설 경기 악화,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민간임대주택사업자 감소 등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책 당국자들이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차이도 구분 못 하는 것 아니냐”, “전세 사기로 빌라 시장이 죽었는데 임대사업자까지 때리면 서민들은 어디로 가라는 거냐”. “현실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2020년 초반 제도폐지 전의 아파트 매입 임대주택 제도에 대해 좌파 전문가들이 하던 비판”이라고 말했다. 당시 아파트 매입임대주택도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총괄하던 김수현 정책실장 주도로 만들어졌다.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거시장을 안정시키는 독일식 모델을 채택했다.
당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집값이 급등했는데도, 임대주택에 책임을 돌리는 마녀사냥으로 제도가 대폭 축소됐다. 임대주택 제도가 축소됐지만, 저금리발 집값 폭등세는 지속됐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임대사업자 등록하면 얼마든지 사모을 수 있다는 집은 최소한 아파트는 아니다”며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구분하지 않은 채 메시지가 나가면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를 마녀사냥해선 안 된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