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사전 유출 아니에요?"…부동산 대책으로 현실화되는 '지라시'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02.09 06:00

톡방 發 ‘부동산 지라시’, 사전 신호로 읽힌다?
“설마가 사람잡네”

[땅집고] 2026년 2월 2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이재명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지난해부터 이어지면서 각종 '지라시'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조선DB


[땅집고] “정부가 부인하면 지라시는 사실이 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돌고 있는 이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가볍게 넘길수만은 없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부동산 지라시’가 최근 들어 하나의 사전 신호처럼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9개월 만에 벌써 4번째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요동쳤고, 그 직전에는 어김없이 ‘받은 글’ 형태의 지라시가 돌고 돌았다.

◇ 책임지는 사람 없는 정보, 그런데 맞아떨어지기도

지라시는 원래 증권가에서 통용되던 용어로 ‘비공식 정보지’를 뜻한다. 일부는 팩트에 기반하지만,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은 추정이나 해석에 불과하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정보는 ‘받은 글’이라는 형태로 재생산되며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확산된다. 다만 과거와 다른점은 현실화의 문제다. 과거에는 단순한 루머로 소비됐지만, 최근 부동산 지라시는 그 양상이 다르다. 구체적인 시점과 정책 내용이 담겨 있어 ‘기정사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풍문도 일곤 한다.

◇ “성지글 됐다” 주담대 4억 제한 지라시의 재등장

실제로 일부 지라시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뒤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지며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전후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확산된 이른바 ‘내 마음의 엠바고’라는 제목의 지라시다. 해당 글에는 ▲ 주택담보대출 4억 원 제한 ▲ 서울 전 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 경기 주요 지역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이 담겼다.

[땅집고] 추석 연휴가 끝난 10월 10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할 3번째 부동산 대책이 될 것으로 확산됐던 지라시 내용(위)과, 이 지라시 내용이 허위인 데 대해 대화하는 사람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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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11월 금리 인하’ 등 개인이 예측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단순 루머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라시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출 규제 역시 강화됐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기존 6억 원 한도를 유지했지만, 15억 원 초과 주택은 주담대 한도를 4억 원으로 축소했고, 25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2억 원으로 더 조였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지라시가 성지글이 됐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 1·29 대책 전 또 한 번…더 구체화된 지라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퍼진 부동산 지라시는 파장이 컸다. 구체적인 정부 안이 공개되기도 전 마치 확정된 종합 대책처럼 유통되며 투자자와 실수요자 사이에서 진위 논란을 불러온 것.

[땅집고] 2026년 신년을 맞이해 1월 29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할 4번째 부동산 대책이 될 것으로 확산됐던 지라시 내용. 1월 초부터 온라인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에 관한 지라시 내용이 확산되어 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지라시에는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최대 82.5% 적용 ▲ 공시지가 현실화율 95% 적용 ▲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7월 1일 폐지 ▲ 비거주 아파트 보유세 연 3% 부과 ▲ 주택 가격 구간별 보유세율 상향(20억 원 3.5%, 30억 원 4%, 40억 원 4.5%, 50억 원 초과 5%) 등 극단적인 규제 시나리오가 담겼다.

해당 지라시가 돌때만 해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을 정도로 초고강도 대책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수차례 SNS를 통해 “상식적이고 번영하는 나라를 위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황당하게 느껴지던 지라시 내용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국토부, 정부 경찰 수사 의뢰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확산된 부동산 세제 개편 관련 지라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부는 “해당 내용은 정부가 배포하거나 확정한 자료가 아니다”라며, 허위 정보 유포 행위가 정부 정책으로 오인돼 주택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라시 유포 자체가 당장 법적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누가 언제 어떤 의도로 살포했는지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불법 행위에 대한 제보와 증거 수집을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지라시가 단순한 정보 왜곡을 넘어 시장 심리를 직접 자극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 발표를 앞두고 “나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며, 이른바 ‘포모(FOMO) 매수’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정책 발표 전 비공식 정보가 시장을 흔들고, 이후 실제 대책이 일부 맞아떨어지면서 지라시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왜곡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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