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군 독점 논란에 이어 신규 배정 중학교에 면담 요청
온라인상에서 “교육은 학교 역할, 갑질처럼 보일 것”
[땅집고] “아이들 교육은 학교 선생님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일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2026년부터 단지 학생들이 신규 배정되는 인근 중학교에 학교 생활 적응, 학습 환경 등에 관해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면담 요청에 대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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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아르테온은 2020년 입주한 4066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5호선 상일동역 초역세권 단지다. 조선일보 AI부동산(☞바로가기)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은 지난해 10월 최고 23억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찍었고, 가장 최근 거래인 12월 21억원에 팔렸다.
단지 입대의 측은 지난 2일 상일동 강명중 교장, 교무부장 등에게 ‘신입생 학교 적응 지원을 위한 면담 요청의 건’을 제목으로 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신입생들의 학교 생활 적응과 학습 환경 전반에 대해 학교와 건설적인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정중히 면담을 요청드린다”며 “올해 처음으로 귀 교에 배정된 학부모로서 기존에 축적된 정보나 선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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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학교 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을 직접 듣고 학교와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학교 운영이나 교육 과정에 대한 요구 또는 개입을 목적으로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는 단지 입대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부동산스터디’ 카페에서 한 네티즌은 “어느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학교 교장에 이런 면담을 신청하나”며 “아이들 교육은 교사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일개 단지 대표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다수의 네티즌들이 이러한 면담 요청이 자칫 갑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고덕 아르테온 입대의의 면담 요청이 이토록 거센 비판을 받는 것은 앞서 초등학교 학군 독점 논란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고덕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기부채납으로 조성한 고현초에 대한 통학 독점권을 주장했고, 서울시교육청도 이를 받아들였다.
협소한 부지에 7층 높이로 지어진 고현초는 고덕 아르테온 거주 학생들만 배정된다. 2019년 7월 통학권 조정 당시에는 한 고덕 아르테온 입주 예정자가 입주자 카페에 타 단지에서 고현초 배정 시 ‘등학교 도우미 독박’, ‘학생에 대한 차별’ 등을 예고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중학교 배정에 대해서는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작년까지는 고덕 아르테온 학생들은 걸어서 20분 넘게 걸리는 고덕동 소재 고덕중에 배정됐다. 정작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상일동 소재 강명중 배정을 거부해왔다. 고덕중인 학생수가 1500여명에 달하며 과밀 문제에 시달린 반면 강명중은 약 700명으로 비교적 여유롭다.
2026년부터는 고덕 아르테온 학생들도 행정동에 맞춰 강명중에 배정되기 시작했다. 이에 고덕 아르테온 학부모들과 입대의에서 반발했고, 학교 측에 면담 요청까지 한 것이다.
급기야 단지 입대의는 지난 3일 중학교 배정에 대한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이번 결정이 어떠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다”며 “도보 30분 내 통학권을 기준으로 한 일반배정 체계 아래에서 전산 무작위 ‘권역 내 공동 비례 배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고덕 아르테온 측이 강명중 배정에 부정적인 이유로 고등학교 입시 성적이 꼽힌다. 기존에 배정되던 고덕중은 특목고 20명, 자사고 63명 등 입시 성적이 좋다. 고덕지구 일대 대장주인 ‘고덕 그라시움’ 등 인근 신축 단지의 학생들이 다수 진학해 교육열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강명중은 혁신학교로 선정돼 입시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혁신학교 제도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실험적인 커리큘럼으로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학사 운영에 있어서 학교 측에 엄청난 자율성이 부여된다는 특징이 있지만, 특목고 입시에 불리한 환경,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