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TDF 특정 국가 투자 쏠림 제한 예고
미래에셋 상품, 美 S&P 500 최고 93% 투자
[땅집고] 금융당국이 퇴직연금의 특정 국가 쏠림 현상을 강하게 제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90% 이상으로 배분했다며 홍보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이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23일까지 ‘퇴직연금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에 대한 의견 수렴 이후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퇴직연금 TDF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에 제동을 거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투자 최대 한도를 80%로 제한한다.
이러한 금융당국 기조와 달리 국내 퇴직연금 강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주식에만 최대 93%까지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인의 노후 자산이 단일 국가인 미국 시장의 변동성에 통째로 저당 잡혀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TDF는 고객의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으로 정해 시간이 흐를수록 주식 등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동 조정하는 장기 투자 상품이다. 소득이 안정적인 초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일명 ‘글라이드 패스’ 원리를 적용하는 퇴직연금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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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퇴직연금은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70%까지 제한하며 적어도 30%는 안전자산에 배분하도록 하고 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의 관리감독 규정을 우회한 일종의 ‘꼼수’ 상품을 운용 중이다. 지난해 3월 상장한 ‘TIGER TDF 2045 ETF’는 TDF의 특성을 이용해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93%까지 올릴 수 있다.
위험자산 한도인 70%만큼 미국 S&P500 ETF에 투자하고, 나머지 30%에 TIGER TDF 2045를 담을 수 있다. 이때 연금계좌에서 S&P500 투자 비중을 최대 93%까지 늘릴 수 있다. 글라이드 패스를 적용한 상품의 경우 ‘적격 TDF’로 분류돼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퇴직연금은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제한해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인기가 낮아 완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금융당국도 위험자산 제한 완화를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TDF 꼼수를 통한 특정 국가 쏠림 현상이 기존의 안전자산으로 분산 투자 취지를 헤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찬진 금감원장은 작년 12월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장기 상품인 TDF에서 분산투자 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일부 사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TDF가 모범적인 장기투자 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격 TDF 인정 요건 정비 등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래에셋은 국내 TDF 시장에서 압도적인 1인자다. 국내 TDF 전체 자산규모는 24조원인데, 이 중 미래에셋TDF의 자산규모는 8조4000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의 ‘룰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할 업계 1위가 오히려 규제 우회를 통한 ‘미국 올인’ 상품으로 자금을 쓸어모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덩치가 커진 만큼 특정 국가 쏠림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그 파급력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미국 중심 투자 자산 배분으로 TIGER TDF ETF는 현재까지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TIGER TDF2045 ETF는 2026년 1월 30일 기준 설정 이후 16.65%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1.08%에 달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시는 나스닥과 S&P500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그간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피’에 갇혀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는 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투자한 가입자들은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