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 입지 서러운데 강남이랑 똑같은 규제 받아
10·15 대책으로 재건축 막히고 1·29 대책에선 공공 폭탄
“투기과열지구와 토허제라도 풀어달라” 원성 빗발
[땅집고] “30년 동안 뒤쳐진 노원구, 서울시가 살려주려 했지만 이재명 대책이 죽였습니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정부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노원구 주민들은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입지상 외곽이라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다른 자치구에 비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더디고 각종 인프라 확충도 지지부진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원구를 규제하는 부동산 대책이 연달아 나오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선 이런 노원구 주민들의 울분을 담은 ‘노원은 세 번 죽었다’라는 글이 올라와 공감을 얻고 있다.
◇첫 번째 죽음: 외곽지역 설움…강남이랑 공사비는 똑같은데 분양가는 3분의 1토막
이들이 주장하는 ‘첫 번째 죽음’은 물리적으로 외곽 입지인 탓에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노원구에는 재건축 대상인 노후 아파트가 총 73곳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아 정비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 중 62%(45곳)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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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사업성이 떨어져서다. 강남권처럼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3.3㎡(1평)당 공사비가 최근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올랐지만 일반분양가로 시세 수준인 7000만~1억원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노원구는 서울이라 같은 공사비를 적용하면서도 일반분양 금액이 3000만원대 수준에 그쳐 사업성이 빠듯하거나 오히려 적자 구조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죽음: 오세훈이 살리려던 노원, 이재명 10·15 대책이 다 망쳤다
‘두 번째 죽음’은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0·15 대책 때문에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권한 이후 서울시 기조는 이미 개발이 많이 이뤄진 강남보다는 강북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이다. 실제로 노원구에선 상계·중계동 일대 지구단위계획으로 용적률을 최고 390%까지 높여주고,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한 보정계수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월계동신’의 경우 재건축으로 짓기로 한 임대주택 66가구를 모두 일반분양 물량으로 전환해 총 분담금 314억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서울시가 각종 재건축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에 19개 단지가 선정됐고, 인프라 확충 부문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과 동북선 경전철 노선이 개발 예정이며 대규모 공연장인 서울아레나 건설 계획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서울시의 ‘심폐소생술’을 지난해 10·15 대책이 무산시켰다. 서울 집값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정부가 서울 25개구 전역과 경기 12곳을 동시에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삼중으로 묶으면서 재건축 핵심 단계인 조합설립과 이주·착공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먼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과세 기준이 강화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중과로 매수·매도세 모두 위축됐고, 1주택 비과세 요건에 기존 2년에 더해 2년 실거주 조건까지 붙으면서 비과세를 받기 더 어려워졌다.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가점제 확대, 종합부동산세 중과 역히 노원구 일대 아파트 거래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이어 투기과열지구 규제 때문에 대출 한도가 낮아지고 재건축 사업도 발목이 잡히게 됐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선 조합설립인가 이후 입주권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에 자산을 정리하려는 집주인들이 조합 설립에 반대하면서 조합 세우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고,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생겨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주비 대출 역시 기존에는 감정가의 60%까지 가능했지만 규제 이후 40%로 낮아졌고, 다주택자들에게는 이주비 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여러모로 재건축 사업 진행이 막힌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노원구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주택을 매수할 때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거래가 둔화됐다. 전세를 끼고 노원구 아파트를 매수하는 행위가 차단되면서 수요가 줄었고, 재건축 집주인들도 이주 후 기존 집을 처분할 때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면서 사업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세 번째 죽음: 1·29 대책으로 공공주택 폭탄
노원구 주민들이 체감하는 지역의 ‘세 번째 죽음’은 올해 1·29 대책으로 시작됐다. 대책에서 노원구 태릉CC에 6800가구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 곳 개발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들어나왔다가 실현하지 못했던 공급 카드인데다 향후 교통영향평가 등 부분에서 노원구 재건축 사업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원구 주민 A씨는 “민간 재건축을 앞당기면 노원구 45개 단지에서 새아파트 2만5700가구를 알아서 지을 수 있는데, 재건축은 규제로 막아놓고 세금 수천억원을 써서 태릉CC 6800가구를 고집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어렵다면 최소한 토지거래허가제와 투기과열지구만이라도 재건축 사업장을 예외로 해달라, 이 두 가지만 풀려도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노원구청장에 대한 불만 목소리도 내고 있다. 10·15 대책에 이어 1·29 대책까지 등장하면서 노원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는데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토지거래허가제가 정비사업에 주는 영향이 없다”, “(집값 안정을 위해) 집 없는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는 등 주민들 재산권을 고려하지 않는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한 비난이다. 특히 주민들이 이재명 정부에 규제 해제를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200개를 제작했는데 강제로 철거하면서 사실상 노원구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쏟아지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