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대책과 아파트 제국주의] ② 1930년대 주택경제학에서 벗어나야
땅값 비싼 도심에 아파트 지어 주택 문제 해결은 환상
천문학적 투자 GTX 왜 만들었나
4억~5억 아파트 대량 공급 왜 외면하나
[땅집고] 한국의 주택 전문가들과 관료들의 일상화된 환상이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지어 집값을 잡겠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에 어떤 대도시도 인기 주거지역에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의 주택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기 주거지는 이미 오래 전에 개발이 끝난 비싼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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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문가가 “맨해튼 집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며 아마 바보 취급당할 것이다. 맨해튼은 이미 1200% 정도로 초고밀 개발돼 있는데다, 맨해튼에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는 전세계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고가 아파트들이다. 센트럴파크 조망권을 갖춘 초고층 펜트하우스중에는 1000억원이 넘는다. 이런 아파트를 대량으로 짓는다고 집값을 낮추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짓자는 개념은 도시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던 19세기-20세기 중반기에 만들어진 이론이다. 맨해튼의 초고밀 개발은 20세기 초에 추진됐다. 102층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지어진 것이 1931년이다. 당시에 더 샌레모, 더 센추리, 엘도라도 등 30층 전후의 고층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자동차 등 교통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교외 도로망이 갖춰지면서 교외주택을 통해 질 좋고 저렴한 주택의 대량공급 시대가 열렸다. 교외주택이 확장되는 시절에 미국의 주택가격은 물가 상승률 범위내에서 움직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도심 아파트는 거의100년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낡은 아파트를 때려부수고 초고층 새아파트로 재건축해서 집값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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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발상을 21세기에…망상적 대책인 이유
물론 이들 도시도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상가, 오피스 등을 아파트로 리모델링을 하는 정도이다. 미국에서 ‘님비’, ‘임비’ 논쟁이 벌어지지만, 그건 도심이 아니라 교외주택단지를 좀더 고밀로 개발하도록 해서 주택공급을 늘리자는 주장이다. 도심주택은 도시의 특성상 제한적이고 비쌀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아파트는 고급재화이다. 땅값 비싼 도심에 초고층으로 짓고 커뮤니티를 장착한 아파트가 서울시를 가득 채우는 것이 이상적인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서울의 다세대 다가구 노후밀집 주택은 청년과 서민층에게 저렴한 주거를 제공하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의 주택을 모든 철거해야할 절대 악으로 본다. 아파트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시장 이긴 중국 공산당의 역설
공산당 일당독재인 중국을 제외하면 주택가격 통제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한다.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 금리 인구구조, 경제성장 등 여러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이기는 정부 없다는 말도 있고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는 말도 있다. 중국 정부가 작정 하고 주택가격을 떨구려고 대출 총액 규제등 초강성 대책을 2020년 채택했고 집값이 폭락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디벨로퍼 건설사 연쇄부도, 경제 침체 등 참혹했다. 집값이 떨어지자 오히려 경기 부양책으로 전환했다. 정부가 시장을 이겼지만, 시장은 정부에 경기침체라는 보복을 가했다. 그래서 이른바 미국, 영국 등 선진국가들의 어떤 정치인도 집값을 잡기위해서 무리한 정책을 펴지 않는다. 그게 민주주의이고 자본주의이다.
◇실사 구시적 대책이 필요하다
진보적이라는 이재명 정부도 도심에 아파트 대량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환상에 빠졌다. 현실적으로 싸고 저렴한 주택의 대량 공급은 교외 신도시 밖에 없다. 분당, 일산, 동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GTX와 고속철이 연결된 평택에서는 신축아파트도 국평이 4억, 5억이다. 수조원 들여서 GTX를 만든 이유는 도심의 직주 근접의 편의성을 교외지역에서도 누리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 경기도에는 여전히 5억대 아파트들이 널려 있다. 이들 지역의 교통망을 개선하고 교육 문화 등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10년 이상 걸리는 아파트 공급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청년층과 서민층이 이용할 수 잇는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수단인 다세대 다가구 주택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최소 5~10년 걸리는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1~2년내에 공급이 가능하다. 이들 주택은 이른바 다주택자들이 공급한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시세가 오르지 않아 임대용 물건이다. 임대용 주택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를 악마화할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사업자로 세제 혜택 주고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 그게 선진국의 다주택자 대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대주택공급자인 다주택자와 강남 투기꾼 다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잣대로 규제했다가 전월세 대란과 집값 폭등을 자초했다. 건전한 임대사업자들이 몰락하면서 전세대란 전세사기극으로 이어졌다.
저층 밀집 주거지역에 정부가 돈을 들여 주차장, 지역커뮤니티와 체육시설을 만드는 등 생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야 시장을 이길 수 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 돈의 힘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법칙을 정부가 이기려 하면 회복 불능의 보복을 당한다. 그게 시장의 법칙이다. 정부가 시장을 억지로 이기려 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가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이 재앙으로 끝난 이유이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