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4000명 종사자 내쫓고 9800가구 주택 공급?
2030년 내로 “방 빼세요”
과천 경마장…전체 매출의 20%차지
[땅집고] 정부가 지난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수도권 역세권을 중심으로 총 6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과천 경마장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대책에 ‘한국마사회 본사 이전’이 포함되면서 국토교통부와 마사회 본사(과천 경마장)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 과천지구와 맞먹는 과천 경마장 부지…주택 부지로?
과천 경마장 부지는 약 134만㎡. 약 40만평 규모다. 규모만 놓고 보면 인근 과천지구와 맞먹는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꾸준히 과천 경마장 부지를 잠재적 개발 대상으로 점찍어 왔다.
문제는 마사회 본사 이전이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핵심 쟁점이라는 점이다. 마사회는 그 자체로 지역 상징성과 세수 기여도가 큰 공공기관으로 그간 정부도 이전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주택 공급 대책이 발표되면서 과천 경마장 부지를 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처음으로 공식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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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되는 시설’ 경마장…지방은 세수에 민감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심 속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세수’다. 경마장은 마권세(레저세) 등을 통해 연간 매출의 약 10%가량이 지방세로 귀속돼 지역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과천시는 경마장을 통해 매년 500억원 정도의 세수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발벗고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남 담양군과 전북 순창군은 ‘호남 상생협력 사업’을 내세워 공동 유치에 나섰고, 순창 팔덕면에는 경마·관리시설과 마사회 본사를, 담양에는 승마·체험시설을 조성하는 구상을 세웠다. 김제시 역시 새만금 말산업복합단지와 연계한 마사회 유치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마사회 본사는 경기도 내 이전을 검토 중”이라며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로 이전한다면 산업이 발전한 경기 남부보다는 경기북부 지역이 유력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GTX를 이용할 수 있는 파주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속단하기 어렵다. 지방 정치권·지역주민들의 유치열망이 크기 때문에 유동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도 “과천 경마장 부지는 마사회 소유로, 이전 여부는 마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지역 주민과 직원,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영업 차질과 이용 편의를 고려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 과천 내부에서도 ‘세수 vs 개발’ 엇갈린 시선
과천시 내부에서도 시선은 엇갈린다. 경마장에서 발생하는 지방세 수입을 유지할 것인지, 대규모 택지 개발을 추진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 지난해 말, 과천도시공사 사장은 “과천주암지구 택지 개발이 완료되면 경마장 이전은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며, 경마장 이전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다만 과천시는 개발 논의에 앞서 주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김진웅 과천시의원은 “서울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과천을 또다시 주택 공급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미 과천은 4개 지구에서 2만6000가구 공급을 감당하고 있다. 경마장 부지에 주택 건립이 추진될 경우 시민들과 강력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 말산업 생태계 흔들리나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말산업 관련 종사자는 2만 4000명. 이 중 경마장 직접 종사자만 8000명에 달한다. 말 생산부터 경주, 승용마, 체험 서비스까지 1차에서 4차 산업이 결합된 구조인 만큼 실제 종사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9000가구 안팎의 주택 공급을 위해 2만 명이 넘는 말산업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매출 구조다. 과천 경마장은 전체 매출이 집중되어 있다. 한국마사회 노조 박근문 위원장은 “경마 고객의 75%가 수도권 거주자이고, 과천 경마장에서만 전체 매출의 20% 이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지방 경마장은 대부분 적자 구조기 때문에 과천 경마장이 먹여 살리는 입장”이라며, “영천 경마공원 등 대규모 투자로 추가 투자 여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고, 과천을 대체할 만한 입지의 부지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