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사업 포기한 구름산지구 A3블록
지주택 추진 중인데…호반산업이 공매로 매입
추진위 “입찰가 공유했다가 뒤통수 맞아” 논란
[땅집고] 경기도 광명시 구름산지구 A3블록 토지 매각을 둘러싸고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추진위원회와 호반그룹, 광명시 간 책임 공방이 뜨겁다. 호반 측이 당초 A3블록에 추진하던 주택사업을 포기하고, 지주택 추진위에 땅을 넘기기로 약속했다가 갑자기 계열사를 동원해 다시 땅을 가져가는 바람에 지주택 조합원 240여명이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 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조합원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 정도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
구름산지구는 과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가 광명시 주도로 2015년부터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광명시 소하동 일대 77만2000㎡로 토지 소유자에게 개발 후 조성한 땅을 돌려주는 환지 방식 도시개발사업이다. 총 6개 블록에서 공동주택 5000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당초 A3블록은 호반건설과 DS플래닝이 2019~2021년까지 토지 지분 약 28%를 매입하면서 공동으로 주택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분양가 상한제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인해 사업 참여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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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3블록 지주택 추진위원회가 호반건설로부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진행했다. 광명시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고 현재까지 조합원 240여명을 모집했다. 조합원 대부분은 신용대출 등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호반건설의 사업 중단 이후 채무 정리가 이뤄지지 않자 신탁사(한국자산신탁)가 구름산지구 A3블록 토지를 공매에 부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 땅을 낙찰받은 기업이 바로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산업이었던 것.
호반산업은 지난해 10월 31일 공매를 통해 구름산지구 A3블록 내 토지 75개 필지를 약 1397억원에 일괄 낙찰받았다. 매입가는 3.3㎡(1평)당 약 2570만원이다. 이 과정에서 지주택 추진위 측도 공매에 참여해 해당 부지를 3.3㎡당 약 2200만원, 약 1200억원에 매입하려고 했지만 호반산업이 더 높은 금액을 써내 낙찰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지주택 추진위 "호반에 뒤통수 맞았다" 분통
지주택 추진위는 “결과적으로 호반그룹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땅집고 인터뷰에서 “당시 토지주인 호반건설은 공매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계획한 입찰가격을 공유했다”며 “그런데 계열사인 호반산업이 1회차 입찰에 뛰어들어 더 높은 가격에 낙찰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A3블록 부지를 공매를 부치는 과정에서 이미 해당 부지에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원 240여 명이 모집됐다는 사실을 공고에 명시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광명시가 지주택 추진위에서도 입찰을 준비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조합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토지 소유권이 호반산업으로 넘어가자, 추진위가 호반건설로부터 받았던 토지사용승낙서 효력은 상실됐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사업 주체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납부한 조합 가입비와 업무대행비, 설계비 등을 거의 다 사용해 조합원에게 반환하기도 어려워진 것. 조합원 1인당 피해액만 최소 35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 측 "절차상 문제없다"…광명시도 책임론 불거져
추진위 측은 호반건설이 사업성 문제로 A3블록에서 손을 뗐다가, 최근 분양가 상승으로 사업성이 개선되자 계열사인 호반산업을 동원해 다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우리쪽 입찰가를 파악해 호반산업에 넘겨주고 땅을 낚아챈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버린 것 아니냐”고 했다. 추진위 측은 조합원 보호에 소홀했던 광명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호반그룹은 법적·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호반 측은 “해당 토지는 신탁사가 진행한 공매 절차에 따라 호반산업이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것”이라며 “모든 과정은 공개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거 추진위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한 적은 있으나 계약금을 내지 않아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고, 이에 따른 위약금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호반 측은 “추진위가 법적으로 조합이 아닌 단체로,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호반산업은 추진위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분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자체 시행을 전제로 A3블록 개발을 검토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광명시도 조정에 나섰다. 광명시는 지난해 11월 간담회를 열고 피해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는 호반산업 측에 상생 방안 마련을 요청하고 추진위와도 협의 창구를 열었다고 했다.
추진위는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차원의 실태조사와 함께 공매 과정에서의 정보 누락 여부 점검, 지자체의 조정 역할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호반그룹과 광명시의 후속 조치, 관련 행정·법적 판단에 따라 구름산지구 A3블록 개발 방향과 조합원 피해 범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