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8년째 유령 아파트" 100억 알박기 도로의 민낯, 이천에 무슨 일이

뉴스 추진영 기자
입력 2026.01.27 06:00

진입도로 ‘알박기’에 막혀 방치된 아파트
공사 발목 잡던 도로 분쟁, 마침내 마침표
28년 멈췄던 현장, 이제 다시 움직이기 시작

[땅집고]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의 28년간 방치된 아파트 전경. /강태민 기자


[땅집고]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 성남시와 이천시를 잇는 경충대로 바로 옆에는 외벽이 벗겨지고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아파트 단지가 서 있다. 한낮인데도 현장은 음산한 분위기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아파트는 국내 대표적인 ‘흉물 아파트’로 꼽혀 왔다. 이 아파트는 1998년 지하 1층~지상 16층, 930가구 규모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착공했다.

그러나 2001년 시공사의 부도로 사업 주체 간 분쟁이 시작됐고, 2002년 공정률 약 50% 수준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수차례 사업 재개 논의가 있었지만 법적 분쟁과 구조적 문제를 넘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됐다. 공사가 멈춘 채 방치된 단지는 각종 드라마와 광고 촬영지로 활용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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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물 노후화는 심각해졌다. 녹슨 철근과 부식된 외벽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인근 학교와 주거지 주민들의 안전 우려도 키워 왔다. 주민들은 “수십 년째 흉물로 남아 있는 아파트가 하루빨리 정비되길 바란다”며 완공을 숙원 사업으로 꼽고 있다.

[땅집고] 28년간 방치된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 아파트 내부. /추진영 기자


이처럼 장기간 사업이 멈춘 배경은 단순한 자금난이 아닌 ‘진입도로 소유권 분쟁’이 있었다. 당초 이 사업은 1998년 시행사 초원주택이 착공할 당시 아파트 부지와 진입도로를 하나의 사업계획으로 묶어 인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시행사 초원주택이 자금난으로 공사를 중단했고, 시행사가 여러 차례 교체되는 과정에서 아파트 부지와 진입도로가 각각 분리돼 매각됐다.

이로 인해 두 필지의 소유주가 달라지면서 사업 추진에 중대한 걸림돌이 생겼다. 진입도로를 확보한 측은 해당 도로가 없으면 아파트 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수십 평 남짓한 토지의 매각 대가로 시행사 측에 80억~100억원대의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갈등은 사업을 수년간 발목 잡았고, 아파트는 장기간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땅집고] 아파트 사업 추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된 진입도로. /강태민 기자


이천시와 토지 소유주인 벽제산업개발은 진입 방식 전반을 재검토한 끝에 기존 계획을 변경해 국도를 통해 직접 진입하는 새로운 진입도로를 마련했다. 이천시는 지난해 12월 30일 해당 내용을 반영한 사업계획 변경을 공식 승인했다. 국도와 바로 연결되는 진입도로가 확보되면서, 오랜 분쟁은 정리 국면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사업도 본격적인 재추진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소유권을 확보한 벽제산업개발은 민간 시행사로 참여해 사업을 추진하고, 시공은 기해건설이 맡는다. 이르면 다음 달 공사 재개에 나설 계획이다. 단지는 5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된 뒤 분양 전환이 이뤄지며, 임대주택 입주자에게 우선 분양권이 주어진다.

총 930가구 가운데 214가구는 특별공급, 나머지 716가구는 일반공급 물량이다. 단지가 완공되면 장호원 지역 내에서는 손꼽히는 대규모 주거 단지로, 지역 인구 유입과 주거 환경 개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행사인 벽제산업개발은 사업 재개가 결정된 이후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단지 내부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후 건물인 만큼 안전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조 진단과 안전 점검 역시 설계 변경과 사업계획 변경 승인 과정에서 모두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천시 관계자도 “사업은 기존에도 주택 건설 사업이었고, 용도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오래전에 공사가 멈춘 곳이다 보니 노후화와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관련 안전 검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는 이번 사업을 단순히 미완의 아파트를 완공하는 차원을 넘어, 도시 미관 회복과 시민 안전 확보, 장호원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28년 동안 멈춰 서 있던 도심 한복판의 흉물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지역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hujinze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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