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구룡마을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10만원대 월세로 강남 새아파트에 살 수 있다니…”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강남권 아파트에 월세 10만원대에 살 수 있는 파격적인 임대주택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전용면적인 84㎡(34평) 기준 집값이 4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 단지인 점이 눈에 띈다.
공급 주택 목록을 보면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와 ‘디에이치자이개포’,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 대부분 강남권에서 핵심으로 통하는 신축 아파트다. 그동안 SH는 이 단지 내 임대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보증금으로 최소 4500만원에서 최고 11억원 정도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공급 공고에선 보증금이 ‘0원’으로 면제돼 파격적이다.
단지별로 주택형과 임대료를 보면 강남구에선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39㎡ 17만원 ▲디에이치자이개포 44㎡ 19만7200원, 송파구에선 ▲헬리오시티 39㎡ 15만2800원 ▲송파파인타운 2·5·10단지 49㎡ 11만6000원 ▲위례포레샤인23단지 49㎡ 12만8000원 등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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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임대주택에 아무나 입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H가 서울에서 마지막 판자촌으로 남아있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준비한 물량이기 때문이다. 신청 자격 자체가 구룡마을 거주민 한정이며, 도시개발구역 지정 공람 공고일인 2015년 5월 15일 이전부터 이 곳에 주민등록이 되어있고 실거주해온 세대 구성원이어야 가능하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강남권이 급속도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이주하며 만들어진 무허가 판자촌이다. 제대로 된 주택이 없어 화재나 홍수 등에 취약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처음 지정됐다. 하지만 개발 방식을 두고 서울시·SH와 원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서울시는 2016년 구룡마을을 재차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6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에 대해 인가·고시했다. SH가 시행을 맡아 앞으로 구룡마을을 최고 30층, 총 3739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 이 중 1107가구는 기존 구룡마을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마련한다. 나머지 1691가구는 서울시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으로 공급하며, 시장에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은 941가구로 계획됐다. 2027년 상반기 착공, 2029년 준공이 목표다.
사업 단계상 서울시가 이번 공고에 따라 거주민들을 임시 거처로 이주시키고 나면, 본격적으로 구룡마을 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거주민들은 도시개발사업 기간 동안 SH가 보유한 강남권 임대주택에 월세 10만원대로 거주하다가, 준공 후에는 새아파트로 탈바꿈한 구룡마을에 다시 이사하면 된다.
한편 부동산 업계에선 구룡마을이 총 3800여가구 규모 대단지로 거듭나면 집값이 인근 아파트 시세만큼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2019년·1957가구) 84㎡가 지난해 11월 36억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2023년·6702가구) 84㎡ 입주권이 지난해 3월 35억원, ‘개포래미안포레스트’(2020년·2296가구) 8㎡4가 지난해 11월 34억원에 실거래됐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