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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의 역설, '집값 통제'가 무너진다 [기고]

뉴스 글= 유상근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입력 2026.01.22 10:33 수정 2026.01.22 11:17

[기고] 2025년 칼럼이 이미 경고했던 흐름 | 유상근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땅집고]유상근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땅집고]코스피 5000 돌파는 단순한 지수 기록이 아니다. 작년 7월 1일자 땅집고 기고에서 필자는 이미 ‘코스피 5000 시대가 도래하면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글에서 정부가 도입한 주담대 상한 규제가 증시발 유동성의 힘 앞에서 효력을 잃을 가능성을 짚으며, 주식 상승에 따른 ‘현금 구매자’의 부상과 규제의 역설적 무력화를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재명의 역설', 코스피 5000 시대 열리면 주담대 대출규제 무력화

그 경고는 이제 현실이 됐다. 코스피가 높은 수준으로 오를수록 유동성은 시장에 더욱 풍부하게 풀리고 있다. 그러나 이 유동성은 실물 경제의 생산적 투자로 흘러가지 않고,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으로 재차 유입되는 양상이다. 그리고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은 잘 버티는데 거래는 떨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얼핏 보면 규제가 먹히는 듯 보이지만, 뒤에서는 시장 구심점이 이미 달라졌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그 변화의 핵심은 ‘수요의 주체’다. 전통적으로 주택 시장의 수요는 대출 기반의 실수요자였다. 그러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이들은 시장에서 점점 밀려났다. 대신 등장한 것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 계층이다. 이들은 대출에 의해 매수력이 제한되지 않고, 주식 자산의 상승 분을 현금화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다. 이 과정은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바꿔 놓는다. 거래는 줄어도 가격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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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승은 이러한 구조 변화를 부추긴다. 주가가 오르면 장부상 자산이 커지고, 배당과 차익 실현을 통해 실제 현금 흐름이 증가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현금이 다시 소비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특히 서울 핵심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기대가 큰 지역일수록 이런 현금 수요는 더욱 강하게 반영된다.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 희소성이 높은 자산일수록 유입되는 현금의 힘은 더욱 커진다.

필자가 작년 기고에서 지적했듯, 주식 시장의 안정을 위한 대출 규제와 코스피 고점 전략은 사실상 충돌한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되어 왔다. 정책 입안자들은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증시가 주도하는 유동성 파고는 이 계획을 무력화했다. 주식시장으로부터 유입된 현금은 금융권의 대출 한도를 넘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며, 규제가 제어하지 못하는 우회로를 찾는다.

이런 구조적 변화 앞에서 가격 통제는 더 이상 단순한 정책 도구로 작동하지 않는다. 정책은 거래량 감소에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요자의 진입만 막을 뿐, 가격 자체를 낮추지 못한다. 거래량이 줄고 매도자가 가격을 지키면, 시장은 점점 얇아지지만 그 얇음이 가격의 단단함으로 착각되기도 한다. 얇아진 시장에서 작은 유동성 유입은 가격을 크게 움직인다. 이는 시장이 안정된 것이 아니라 상승 에너지가 압축된 상태임을 뜻한다.

이 압축된 상태는 2026년 하반기 위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증시가 산출한 ‘현금 구매자’는 증가하고, 공급이 제한된 핵심지로 자금이 몰릴수록 가격 통제 장치는 기능을 상실한다. 규제가 거래 자체는 줄일 수 있지만, 가격을 낮추지는 못한다. 오히려 실수요자에게는 더 높은 진입 장벽을 주고, 자산가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준다. 이게 바로 ‘부동산 가격 통제의 역설’이다.

이 역설은 단지 가격 데이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 양극화의 심화를 의미한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집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격차를 더 벌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반면, 현금 기반 자산가의 시장 점유를 촉진한다.

이와 더불어 재건축·재개발 공급의 지연은 이 실패를 구조화한다. 공급이 빠르게 늘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금은 희소성 높은 지역으로 쏠리고, 이는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든다. 규제는 가격을 억누르려는 의도이지만, 오히려 가격 상승의 경로를 변화시키는 장치가 된다. 완만한 상승을 날카로운 점프로 바꾸는 것이 지금의 시장 구조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간단하다. 코스피 5000은 단지 증시의 성취인가, 아니면 부동산 시장 구조의 전환점인가? 대출 규제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현금 수요가 커질수록 규제는 우회되고 시장은 더 불평등해진다. 진정한 해법은 공급·세제·금융 정책을 동시에 설계하는 정합성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2026년 하반기, 우리는 ‘거래는 없는데 가격은 오르는’ 가장 불편한 시장을 다시 목격할 것이다.

‘코스피 5000’은 축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했듯 그 숫자는 부동산 시장에는 분명한 경고음이었다. /글= 유상근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정리=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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