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기반 성장 중흥건설, 핵심 조직 서울로 이전
2022년 대우건설 인수, 대형 건설사 반열
미분양 쌓이고 PF 조달 악화…시공 탈주
[땅집고] 광주를 발판으로 성장해 온 호남 대표 건설사 중흥건설이 사내 핵심 조직을 서울로 이전하고, 대형 개발 사업장에서 시공사들이 잇따라 발을 빼면서 광주 일대 주택 사업 환경이 한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중흥건설은 광주에 두고 있던 본사 핵심 조직을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법인 본사는 유지하되, 실질적인 의사결정과 사업 기획 기능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지방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유지해 온 기존 사업 구조로는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 텃밭에서 자랐지만…분양 수익 한계 부딪혀
중흥건설이 속한 중흥그룹은 1989년 창업주 정창선 회장이 설립한 지역 기반 건설사다. 광주와 김해, 순천 등지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외형을 키워왔다.
2012년에는 자체 사업을 통해 연간 2만 가구 이상을 분양하며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대 공급 실적을 기록했고 중견 건설사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주택 공급 실적 전국 3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에는 자산총액 9조5250억원으로 재계 순위 37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22년 대우건설을 인수해 단숨에 대형 건설사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 주택 시장을 떠받치던 전제 조건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청년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수요 기반이 약화된 데다 분양 물량을 소화할 시장 여력도 눈에 띄게 줄었다. 미분양 부담이 현실적인 리스크로 부상한 가운데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여건 악화까지 겹치며 사업성은 과거와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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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구와 각종 공공기여 부담도 대형 사업의 수익 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공공기여 규모는 커지지만, 이를 분양가에 반영하기에는 지역 시장의 수용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양만으로 수익을 확보하던 기존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광주서는 사업해도 돈 안 남는 구조…시공사 줄줄이 손 떼
광주에서 추진 중인 대형 개발 사업들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행사 신영이 추진하는 ‘광주 챔피언스시티’ 복합개발 사업은 당초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지만 사업 여건 악화를 이유로 시공 참여를 잇따라 철회했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10억원 안팎으로 책정된 데다, 광주시에 제공해야 할 기부채납 규모만 6000억원에 달해 수익 구조를 성립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우건설의 이탈 역시 분양 경기 침체와 자금 흐름 악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이앤씨가 먼저 빠진 뒤 단독 도급 여부를 검토하던 과정에서, 광주 현지 사정에 정통한 대우건설의 대주주 중흥그룹이 사업 철수 의향을 전달했고, 이 판단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챔피언스시티는 광주 북구 임동 일대 29만8000㎡ 부지에 주거시설 4315가구와 업무·상업시설, 호텔, 역사공원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 사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더현대 서울’의 1.5배 규모인 ‘더현대 광주’를 건립하고, 주상복합 아파트는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시공할 예정이었다. 총 사업비는 4조원, 공사비는 1조2000억원 규모다. 다만 시공사들이 잇따라 발을 빼면서 현재는 사업 구조 재정비와 함께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고 해도 분양 여건도 녹록지 않다. 2025년 10월 기준 광주 일대 미분양 물량은 1400가구를 넘어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4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 한꺼번에 내놓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평형 기준 10억원에 이르는 분양가 역시 시장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공사 이탈과 사업 여건 악화가 겹치면서 착공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착공은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광주뿐 아니라 지방 대형 주택 사업은 분양, 자금조달. 공공기여 부담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려워졌다”며 “지방 대표 건설사들의 수도권 이동은 결국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