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의혹 받는 통일교, 강남 ‘평화빌딩’ 매각
1600억대 건물 거래 1주일만에 초고속 진행
검경수사로 인한 압류 및 법적 갈등 대비하나
통일교 “2년 4개월 전부터 준비해온 매각” 반론
[땅집고] 이른바 ‘정교유착’으로 이재명 정부의 수사 대상이 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재단이 서울 강남권에 보유하던 1600억원대 알짜 빌딩을 매각해 현금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빌딩 거래인데도 계약부터 소유권 이전까지 불과 1주일만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초스피드 매각’이라, 향후 법정 분쟁이나 자산 압류 등을 피하기 위해 절차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통일교 산하인 효정글로벌통일재단은 지난해 12월 19일 주식회사제이피개발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평화빌딩’을 1626억8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건물이 대지 1696㎡(약 514평)에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들어선 점을 고려하면, 대지면적 3.3㎡(1평)당 3억1600만원 정도에 팔린 것이다.
‘평화빌딩’은 자동차 생산 및 판매 기업인 평화자동차가 2003년부터 보유했던 건물이다. 평화자동차는 1998년 통일교의 투자로 남북합작으로 설립됐다. 당초 통일교가 지분 70%를 갖고 있었지만 2012년 북한에 모든 지분을 넘기고 평화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뗐다. 건물 소유권은 2014년 효정글로벌통일재단에 넘어갔다.
올해로 준공한지 24년째인 ‘평화빌딩’은 통일교 재단이 보유한 부동산 중 우량 자산으로 통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도 교통량이 풍부한 도산대로 사거리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어 임차 수요가 풍부한 만큼 자산 가치가 높고, 가격 상승도 큰 폭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건물 입지와 상품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매수인이 ‘평화빌딩’을 단순 월세 수익이나 시세 차익 용도에서 더 나아가 프라임급 오피스 등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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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재단이 이런 ‘평화빌딩’ 매매거래를 불과 일주일 만에 마쳤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정부의 전방위 수사를 앞둔 통일교가 거래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상 1000억원대 빌딩을 거래하는 경우 계약일부터 잔금까지 2~3개월, 길면 1년까지도 기간을 설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차가 매우 빨리 이뤄졌다는 것. 통일교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부동산 자산과 관련해 법적 분쟁을 겪거나 가압류·압류 등 조치가 이뤄질 것을 피하기 위해 현금화 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해 8월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에서 시작됐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조사에서 통일교 숙원사업 청탁을 위해 2018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현금과 명품 시계를 줬고,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도 2020년 총선 전 현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런 진술이 김건희 특검이 마무리되던 지난해 12월에야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통일교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이달 6일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지난 8일 김태훈 합동수사본부장이 첫 출근하면서 공식 수사 준비가 본격화한 상황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사이비 이단 종교를 겨냥해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 단체의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너무 오래 방치해 폐해가 매우 크다"고 언급한 만큼 통일교가 고강도수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통일교는 ‘평화빌딩’을 초고속 매각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3년 매각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 건물 매각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주장이다. 통일교 측은 “2025년 12월 소유권 이전까지 2년 4개월 만에 매각됐다”면서 “사법당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종교단체의 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통일교가 자산 유동화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