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머신 같은 초미니 무빙워크
흰 천으로 덮으니, 침대인 줄
[땅집고] 신축 건물 내에 마치 초대형 침대 같은 물체가 있는 사진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이 눕는 매트리스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설명 문구 등 어떠한 표식 없이 무언가를 가린 듯한 모양새다.
이곳은 바로 연일 ‘세금 낭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지하의 ‘5m 무빙워크’다. 먼 거리를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무빙워크를 너무 짧게 만들어 오히려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는 “마곡 무빙워크 충격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SMS “세금낭비 제대로 했다”는 간단한 후기를 남겼다.
이 무빙워크는 마곡나루역 지하 공공 보행로에 있는 것으로, 지난해 최초 공개 이후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길이가 너무 짧아 사람들의 편의성 제고는 커녕, 통행을 방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내용이다.
인스타그램 릴스에 등장한 “이렇게 짧은 무빙워크 처음 봅니다”라는 글은 조회수 208만회를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작성자는 “서울시 사업 인가 조건에 ‘무빙워크 설치’가 있었는데, 길이를 명시하지 않아 5m 무빙워크가 생겼다”며 “이용하는 이가 드물고, 구청에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시 이를 본 대부분 네티즌은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저걸 누가 타냐. 세금 낭비다” “설치미술 아닌가” “매일 지나가는데 작동도 안 한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설치를 안하면 계약위반으로 위약금을 물어야 해 만들었을 것”이라며 “징계를 피하려 저렇게 세금 낭비한 사례가 많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런닝머신인 줄 알았다”며 “만든 사람도 부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무빙워크는 대체 누가 이렇게 설치한 걸까. 우선 설치 책임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강서구, 마곡마이스PFV에 있다. 이중 민간사업자이자 실제 시공을 맡은 마곡마이스PFV는 구와 시의 결정에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두 주체인 강서구와 서울시는 터무니 없이 짧은 무빙워크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강서구는 초기 심의과정부터 마곡마이스PFV측의 ‘전 구간 설치가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해 지하 공공보행로 구간에만 설치하는 방향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2020년 12월 이를 토대로 짠 설치 도면을 서울시에 제출했고, 수정 요청 없이 조건부 의결로 통과하면서 현 모습이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무빙워크 설치 방식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길이를 제안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쳤다는 의견이 나오자,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민간 건축물 구간만 심의 대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