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 손실 이슈] 벨기에 부동산 펀드 투자 성과 부진
부동산 펀드 손실…금융당국, 판매 과정 전반 점검
증권업 최초 ‘2조 클럽’ 경사…내부통제 체계 강화 다짐
[땅집고]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장기 임차한 오피스 건물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전액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 금융민원센터를 방문한 ‘벨기에 펀드’ 피해 민원인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이 같이 하소연했다. 2019년 590억원에 가까운 부동산펀드를 판매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고객들에게 위험요소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이 원장은 “손해배상 민원을 제기하는 등 피해자가 상당히 많다”면서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위반 사실 등이 확인되는 경우 모든 분쟁민원의 배상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벨기에 펀드 판매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예고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측은 펀드 전액 손실에 대한 일괄 배상을 추진 중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유력한 상황에서 수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다.
◇ 전액 손실난 벨기에 펀드, 590억 팔았는데 배상은 60억뿐
일명 벨기에 펀드로 물리는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 펀드다. 2019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설정한 펀드 상품으로, 총 910억원 중 한국투자증권이 589억원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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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펀드의 기초자산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투아송도르’다.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로, 벨기에 건물관리청(RDB)가 단독 임차한 건물이다. 임차권에 투자해 배당을 받아 이득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유럽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손실을 봤다. 지난해 12월 해당 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선순위 대주인 영국 생명보험사 로쎄이(Rothesay)가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며 자산을 강제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임차권 매각에 실패하면서 투자금 전액이 손실 처리됐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보고서를 통해 “연내에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청산한 후 본건 펀드를 상환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환헤지 정산금 미지급으로 인해 환헤지은행의 가압류 상태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며 “순자산가치가 없으므로 펀드 상환 시에도 투자자분들께 분배되는 금액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벨기에 펀드 판매 1897건 중 458건(24.1%), 60억7000만원을 자율 배상하는 데 그쳤다. 회사 측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금융당국의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자율배상 협상이 완료되기 전인 11월 초 이 원장은 “내부통제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기존에 처리된 건을 포함한 모든 배상기준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 가능성이 언급되자 한국투자증권은 1900여명 전체에 대한 일괄배상안을 뒤늦게 결정했다. 다만 일괄배상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 ‘2조 클럽’ 김성환 사장 연임 가도, ‘내부통제’ 재점검한다
2024년 1월 한국투자증권 대표에 오른 김 사장은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3월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2025년 예상 영업이익은 2조3606억원으로, 증권사 중에서는 최초로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실적뿐 아니라 증권업계에서 지위를 한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경영기획 총괄 시절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를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국내 1호 IMA 사업자 인가 등 성과를 이끌었다.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벨기에 펀드 이외 국내외 부동산 펀드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그 과정에서 내부통제 이슈가 발목을 잡는다. 뉴욕 오피스 펀드는 채무불이행(EOD) 상태에 빠져 만기 연장을 긴박하게 추진 중이며, 밀라노 펀드 또한 시장 침체로 자산 매각이 지연되어 수익자들의 자금이 묶여 있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PF 위기와 맞물린 국내 브릿지론 펀드들에서도 부실 징후가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펀드 손실 우려에 대비해 내부통제 체계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한 소비자보호위원회에서 피해 신고 사례를 검토하는 등 투자자 배상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