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창릉에 드리운 베드타운 그림자
GTX-A 입주 3~4년 후 개통
시의회 “대기업 유치 성과 전무”
[땅집고] 하남교산, 남양주왕숙 등 3기 신도시에 입주할 대기업 등 앵커 시설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고양 창릉신도시의 경우 기업 유치에 실패하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역시 2030년 개통으로 미뤄지면서 아파트 입주가 시작하는 시기보다 철도 개통이 늦어지는 이른바 ‘선(先)입주·후(後)교통’, 과거 신도시 악몽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숙·대장은 대기업 유치, 창릉은 자족 기능 공백
고양시에선 창릉신도시 내 기업 유치 실패와 베드타운 고착화 위기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임홍열 고양특례시의원 지난달 "부천 대장지구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를 유치하고 최근 대한항공 엔진 정비 공장까지 품었으며 남양주 왕숙지구는 카카오, 우리금융그룹 등이 투자유치를 할 계획"이라며 "반면 고양 창릉 신도시는 앵커 기업 유치 소식은커녕 LH가 수익성을 이유로 자족 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과 대한항공은 부천 대장지구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해 각각 ‘SK그린테크노캠퍼스’, ‘항공·UAM R&D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남양주 왕숙지구에 약 6000억원 규모의 AI 디지털허브를 유치한다. 약 3만4000㎡ 부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AI 연구개발 시설 등을 짓는다. 2026년 착공, 2030년 가동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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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는 그동안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지 못한 도시로 꼽혀왔다. 창릉신도시는 이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로 평가됐지만 현재까지 대기업 유치 성과는 전무하다. 창릉신도시는 3만 8000여 가구 주거단지 조성 계획만 뚜렷할 뿐 미래 산업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정모(44)씨 “다른 신도시는 벌써부터 기업 유치를 다 하느라 난리인데 고양시는 집이 남아도는데 신도시에도 집만 짓고 일자리가 없다”고 했다.
최근 고양시는 창릉지구 지구계획 변경(4차)을 통해 공업지역을 기존 16만6000㎡에서 32만1182㎡로 약 93% 확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업지역 지정이 곧바로 기업 유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종범 고양시의원은 “창릉 기업 유치를 위해 민관공협의체 회의를 8차례나 열었지만, 구체적인 투자협약이나 실행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광역교통비는 최고 수준
게다가 당초 2026년 개통 예정이던 GTX-A 창릉역은 2030년 이후로 연기됐다. 3기 신도시의 핵심 원칙이었던 ‘선(先)교통, 후(後)입주’가 무산됐다. 입주가 시작돼도 최소 3~4년간 철도 교통망 없이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사전청약 당첨자는 “정부가 3기 신도시는 1·2기 신도시 입주민들이 겪은 교통난이 없을 것이다고 했지만, 입주 후에 어떻게 출퇴근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고양 창릉은 가구당 광역교통분담금이 7000만원대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개발에 필요한 교통 인프라 비용으로, 시행자인 LH 등이 납부하지만 분양가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결국 입주민 부담이다. 창릉 광역교통분담금은 남양주 왕숙지구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2기 신도시의 평균 교통부담금(가구당 2000만원)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더 많이 걷어 더 빨리 교통망을 깔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입주 후 3년 이상 철도 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