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유령 아파트 살려야돼!" 군산시의원이 땅바닥에 심폐소생술 한 까닭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01.13 06:00

군산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4년째 하락세
현대중공업·GM대우 떠나고 경제 망가진 탓
상권 찾는 사람도 없어 ‘2년 무상 임대’까지 등장

[땅집고] 군산시 아파트를 살려야 한다며 땅을 짚고 심폐소생술 자세를 취하고 있는 김영일 군산시의원. /김영일 군산시의원 SNS


[땅집고] “군산 아파트 살려야돼, 살려야돼!”

최근 각종 SNS에서 공기업·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소속 조직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전북 군산시에서도 지역 부동산 경제를 다룬 시의원의 영상 하나가 눈에 띈다. 총 17초 길이 짧은 영상으로 ‘군산 아파트 위급 상황’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영상에선 김영일 군산시의원이 한 낡은 아파트 단지 바로 앞 공터에 돌연 무릎을 꿇고 엎드려있다. 그러더니 두 손을 땅바닥에 얹고 마치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듯 압박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 광경을 본 인물이 “어, 지금 뭐하고 계세요?”라고 묻자, 김 의원은 “군산에 아파트를 너무 지어서 공실률이 허벌나디야, 군산 경제 살려야돼! 살려야돼! 살려야돼!”라고 외친다. 그러자 다른 직원 한 명이 김 의원 바로 옆으로 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살려야돼! 살려야돼!”라고 복창한다.

비슷한 구성으로 제작한 다른 영상도 있다. ‘군산시 위급상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마찬가지로 김 의원과 시의원실 근무자로 보이는 남성 1명이 함께 “군산에 기업 유치가 없어서 상권이 다 죽어가고 있어, 상권 살려야돼! 살려야돼! 살려야돼!”라고 외치며 땅바닥을 짚고 심폐소생술하는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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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실에서 이 같은 영상을 만든 이유는 지난 4년여 동안 군산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군산시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역 상권마다 공실이 속출하면서 ‘유령도시’ 수준으로 쇠퇴하고 있는 현상을 걱정한 것.

[땅집고] 최근 4년간 전북 군산시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 /한국부동산원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통계를 보면, 군산시 아파트 가격은 전국 부동산 침체기가 시작됐던 2022년 하반기(7~12월) -3.76% 하락했다. 이어 ▲2023년 -6.19% ▲2024년 -2.37% ▲2025년 -1.95%으로 매년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 역시 ▲2022년 하반기 -0.91% ▲2023년 -8.03% ▲2024년 -1.04% ▲2025년 -2.05% 등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군산시 조촌동 ‘군산 디오션시티 푸르지오’(2018년·1400가구) 84㎡는 2023년 5월까지만 해도 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 1월에는 3억7800만원에 팔리면서 2년 8개월여 만에 집값이 1억4200만원 떨어졌다. 미장동 ‘군산 미장 아이파크’ 84㎡의 경우 2024년 1월 3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11월 2억7150만원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처럼 군산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주거 수요가 부족한 반면 공급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군산시 아파트 수요가 본격 급감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7년이다. 그동안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고, 이듬해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던 GM대우 군산공장까지 철수하면서 당시 1만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기업이 군산시를 떠나고 관련 하청업체까지 사라지면서 아파트는 물론이고 오피스텔·빌라 모두 수요를 잃어 공실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아파트 공급은 꾸준히 이어지면서 공실률을 높이는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7여년 동안 군산시에는 매년 평균 5000가구 입주가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에도 추가로 2529가구 입주가 예정돼있다. 이렇다보니 미분양 아파트도 해소가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전북도 미분양 주택 총 2540가구 중 31% 수준인 784가구가 군산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준공 후에도 집주인을 찾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주택이 총 272가구로, 전체 미분양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땅집고] 군산시 조촌동 상권 한 점포에 2년 동안 임대료 없이 상가를 쓸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군산시 일대 지역 경제가 침체하자 주거용 부동산 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수요도 급락했다. 출퇴근 인구가 크게 줄면서 군산 상권을 찾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이다. 예로부터 군산시 최대 규모 상권으로 통했던 수송동이나 조촌동 일대 상가 공실률이 중대형 기준으로 22.9%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촌동 상권에 있는 한 상가에선 특단의 조치로 ‘무상임대(2년간 쓰실 분)’이라고 써붙인 점포까지 등장했지만 여전히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김 의원의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군산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집값이 폭락하는 등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군산시 탓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댓글창에서 “사람도 없는데 왜 이리 아파트를 지어대냐”, “그거 다 군산시에서 승인해주신 것 아니냐”는 등 반응이 눈에 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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