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이사 선임 무효 국민청원 등장
사외이사 무자격 의결과 셀프 연임
KT 거버넌스 붕괴의 본질
[땅집고] KT 이사회의 박윤영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가 만든 절차적 하자 논란에 이어 CEO 선임 무효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되면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 요구로 번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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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KT 이사회의 불법적 CEO 선임 무효화 및 카르텔 척결에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최종 후보 3인의 프레젠테이션(PT) 채점표와 세부 평가 내역을 공개하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발동해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CEO 내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KT 이사회 전원의 해임과 재구성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 당일 공개 요건인 100명 이상의 찬성을 충족해 국회 사무처의 공개 여부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
청원인은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인 KT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이사회의 셀프 연임, 무자격 의결, 그리고 국민연금의 방관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국민의 통신 기본권을 위협하는 사안”이라며 국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상법 개정을 통해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청원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차기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의 도덕성과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했다. 청원인은 해당 후보가 과거 불법 정치자금 제공으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어 국가 기간망을 책임질 수장으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윤영 후보측은 “검찰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불기소 처분했다. 상사의 지시로 불법인지 모른 채 통장을 빌려줬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이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다. 청원인은 조승아 사외이사가 KT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면서 상법상 사외이사 자격을 상실했음에도 약 21개월간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CEO 선임 등 주요 의결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무자격 이사가 참여한 이사회 결의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으며, 이 과정에서 선출된 경영진 역시 정통성을 갖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사외이사들이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거쳐 서로를 재추천하며 전원 연임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의 책임 문제다. 청원인은 “국민연금은 KT의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가치 훼손과 지배구조 리스크가 명백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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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에는 구체적인 입법·정책 개선 요구도 담겼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자 경영진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배임·횡령 등 중대 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의 임원 선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법 개정을 통해서는 자격 상실 이사가 참여한 의결을 자동 무효화하고, 사외이사의 셀프 추천과 연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T 전·현직 임원과 직원들로 구성된 ‘K-Business연구포럼’도 최근 성명을 내고 “KT CEO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중대한 절차상 하자와 이사회 정통성 붕괴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의 즉각적인 주주권 행사와 이사회 전원의 책임 인정, 자진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 CEO 체제 출범을 위한 거버넌스 정상화 로드맵을 제시할 것도 촉구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