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삽 대신 바퀴로 아파트 짓겠다는 국토부"…항공전문가가 주택공급 책임자라고?

뉴스 김서경 기자
입력 2026.01.02 09:54 수정 2026.01.02 14:44

13만 가구 짓겠다는 국토부
주택공급부처 수장으로 항공전문가 임명

[땅집고] “주택 공급은 경험 많은 전문가도 바로 추진하기 어려운 분야인데, 비전문가라니요? 거기다 대책부터 입주까지 빨라야 10년이라서 당장 체감 효과도 적어요. 요약하면 또 엉뚱한 길만 가는 거죠.”

국토부가 2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주택공급추진본부 출범식을 개최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국 초대 주택공급추진본부장 등 국토부 주택 정책 실·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인천도시공사(iH) 등 4대 공공기관장이 참석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신설한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인사를 두고 국토부 내부는 물론,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김 초대 본부장은 2008년 국립해양조사원 총무과장을 거쳐 2013년 국토부 광역도시도로과장, 2014년 국토부 항공정책과장, 2019년 항공안전정책관 2022년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광역교통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주로 항공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교통 전문가이다. 국토부 내에서도 “바퀴(교통)가 삽(주택)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부는 항공 도로 철도 등 교통 관련 직군을 ‘바퀴’, 주택 국토 등을 담당하는 직군을 ‘삽’으로 지칭한다.

◇ 주택 정책 수장이 항공 전문가…’인재가 없다’

현재 국토부 내 주택전문가라는 ‘삽’ 관료들은 사실상 전멸 상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 통계 조작 논란으로 인해 수사와 감사를 받으면서 좌천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정권 교체 후 감사원이 통계조작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감사와 수사로 인해 ‘주택 전문 관료’의 공백이 장기화됐다.

국토부 전직 관료는 “통계조작 오명을 쓴 관료들은 어떤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명령에 충실했던 유능한 관료들”이라면서 “2~3년간 이들이 좌천되거나 수사를 받으면서 주택 전문 관료들의 복지부동이 심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다가 남양주 부시장에서 국토부 2차관으로 발탁된 홍지선 국토교통부 2차관과의 업무 파악과 지휘 능력도 문제이다. 홍 차관은 1996년 지방고등고시 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경기도 건설국장, 철도항만물류국장, 도시주택실장을 거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제안했던 ‘경기도 기본 주택’ 설계자로 불린다. 기존 국토부 관료들과 조화를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한 전직 관료는 “중앙관료와 지방 관료는 하는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홍 차관이 아무리 유능해도 업무 파악을 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2025년 12월 31일 발표한 '수도권 7곳 공공주택지구 계획 승인·지구 지정 현황'. /국토교통부


◇국토부, 오산·구리·과천 등에 총 13만 가구 공급…’주택 안정화 목표’

작년 12월 31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에서 13만3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7만80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수도권 5개 지역(총 1069만㎡)의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을 승인했다. 이외에 5만5000가구를 공급하는 경기 구리·오산(총 706만㎡)을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정부가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사업에 속도를 낸 배경은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화와 연관이 깊다. 정부가 6·27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등 연이어 대책을 발표했으나, 서울 등 주요 지역 집값은 취지와 달리 나날이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과 중위 매매 가격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2월(15일 기준) 전국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5억 810만 원으로, 14억원을 넘어선 지 5개월 만에 15억원 선을 돌파했다.

[땅집고] 광명시흥지구 주민대책위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앞에서 보상지연 문제를 두고 삭발 시위를 벌였다. /광명시흥지구 주민대책위 제공.


◇ 전문가 없이 ‘언젠가 짓겠다’ 외치는 정부

업계에서는 연이은 대책이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오기는커녕,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데 대해 ‘공급자 중심의 오판(誤判)’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장에 주택 공급 신호를 꾸준히 주고 있으나, 실제 주택 공급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지구를 통한 공급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보상 등의 문제로 시간이 더욱 소요된다.

☞ 관련 기사 : 하남·남양주 착공했는데…3기 최대 '광명시흥' 토지보상 최소 5년 지연

이번 대책에도 사업 시기를 찾아볼 수 없다. 구리토평2·오산세교3 지구에 대해 2026년 광역교통개선대책, 2027년 지구계획 수립한다는 내용만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의왕군포안산 등 지구계획을 승인한 지구 사업 역시 보상·분양·입주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언젠가는 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주택 공급 전담조직으로 주택공급본부를 출범한다고 했으나, 출발 전부터 삐걱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본부장과 국장급 인사를 내지 못한 채 출범식을 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김 초대 본부장 임명 소식을 전했으나, 뒷북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 초대 본부장의 주택 관련 경험은 2017년 주택정책과장이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주거복지정책인 ‘주거복지 로드맵’에 참여했다.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다주택자 투기 등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가·건설비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경험이 많은 사람도 주택 공급을 멈추는데, 사실상 비전문가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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