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국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분양전환 조건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임대인이 시세에 준한 분양가를 내세우는 가운데, 임차인은 민간임대 사업 특성을 반영해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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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임대 아파트, 시행사 바뀌고 날벼락 맞았다
이런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2020년 경기 성남고등지구 S1블록에 지어진 ‘판교밸리제일풍경채’다. 2020년 준공한 543가구 규모 민간임대아파트다. 2017년 분양 당시 시행사가 8년 임대 후 우선분양전환을 내걸었던 곳이다.
그러나 시행사가 바뀌면서 임차인 사정도 달라졌다. 현재 임대인인 메테우스자산운용사(사모펀드)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로 법원 감정평가금액 10억2000만원보다 비싼 12억5000만원을 제시하면서 임차인을 상대로 임대차계약 갱신 거절 및 퇴거 일자를 통보했다. 이들은 당초 사업자인 HMG로부터 사업 지분을 사들였다.
임차인들은 분양전환가격 책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수원지법방법원은 경기 성남 고등동 ‘판교밸리제일풍경채’ 입주민들이 행사를 제기한 분양전환가격 확인 소송에서 시행사 손을 들어줬다. 민간임대주택법상 분양전환 가격 규정이 없는 만큼, 임대인이 분양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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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례·청주 민간임대, 씨끌씨끌
위례신도시 2개 단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부영건설이 2019년 6월 위례신도시에 분양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위례포레스트사랑으로부영’의 경우 사업시행자 부영이 분양 전환 가격을 전용 84㎡ 기준 12억원 선으로 발표하면서 임차인 반발이 일었다.
현재 일부 임차인이 부영이 제시한 분양가를 받아들여 분양 전환 계약을 체결했으나, 일부 가구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부영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매입한 땅에서 임대 사업을 벌였다며 분양전환 가격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이는 민간 주택 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1호 사업장인 경기 성남 수정구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가 대표적이다. HUG가 일부 지분을 수탁받아 운용 중인 민간임대(뉴스테이) 단지다. 시행사인 위례뉴스테이리츠가 지난해 12월 초 무주택 임차인에게 분양전환권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유주택 임차인을 중심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지방에서도 발생했다. 2020년 6월에 입주한 충북 청주 상당구 용암동 ‘대성베르힐1·2차’ 입주민은 지난해 10월 대성건설과 디에스건설을 상대로 청주지방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시행사가 입주자 모집 당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 민간임대 갈등은 예견된 일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예견된 일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간임대 등장 당시부터 분양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지만 10년 넘도록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대 만료 후 입주자에게 우선 분양하는 공공임대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동안 의무 임대 기간 만기 도래 시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특히 민간임대 아파트의 경우 분양전환 방법이나 분양가 산정 등을 임대 사업자가 자율로 결정할 수 있어 더욱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 정책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난감한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임차인은 대출을 최대로 받아도 분양가를 맞추기 어렵고, 임대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 실적을 거두게 됐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